# 김익환씨(가명·39·남)와 이민지씨(가명·32·여)는 직장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지방 순환 근무로 장거리 연애를 하는 탓에 위기가 잦았다. 둘은 이별과 만남을 반복했다.
위태로운 관계에도 둘은 마침내 부부가 됐다. 이씨가 김씨에게 딸을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다. 김씨는 책임감에 결혼을 결심했다.
행복은 짧았다. 김씨는 결혼 직후 이씨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즈음 딸도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의심이 커진 김씨는 아내에게 "정말 내 딸이 맞느냐"고 물었고, 아내는 "속여서 미안하다"고만 했다. 결국 김씨는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소' 등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내가 낳은 딸은 남편의 친생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법원은 김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처럼 친자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법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법원에 따르면 최근 가정법원에 접수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또는 친생부인 청구' 소송 건수는 5000건 안팎에 이른다. 2018년 4927건, 2019년 4898건, 2020년 4669건, 2021년 5016건 등이다.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와 '친생부인의 소'다.
'친생부인의 소'는 김씨처럼 남편 또는 아내가 '혼인 중의 출생자'를 상대로 '너는 나의 친생자가 아니다'라며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반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는 자녀의 친자관계를 부인할 때, 즉 가족관계등록부가 가족관계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필요한 소송이다.
예컨대 남편이 전부인의 자녀를 현부인의 호적에 올렸을 경우, 재혼한 아내가 데려오지 않은 아이가 호적에 올라왔을 경우 등 실제 가족관계와 가족관계 등록부가 다를 경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민법 844조에서 △혼인관계가 성립된 날로부터 200일 후 △혼인 관계가 종료된지 300일 이내 출생한 아이는 혼인 관계 중 생긴 자녀(친생추정)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이 시기에 출생한 아이는 친부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법률상 혼인한 남편의 호적에 올라간다.
만일 김씨처럼 배우자의 외도로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걸 알았을 때는 2년 이내에 친생 부인의 소를 통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자식으로 인정하며 살겠다'는 것으로 봐서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후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남편과 아내의 생식 능력 유무, 혈액형, 동거 기간, 임신 기간 등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혈연상 친자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다. 이 때문에 법원은 혈액 등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가사소송법 제29조에서는 가정법원이 필요한 경우 수검명령을 내려서 당사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명령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30일 이하의 감치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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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생부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친자관계는 소멸되게 된다. 해당 자녀는 혼인 외 출생자가 된다. 하지만 이씨가 상간남을 아버지로 하는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상간남의 호적에 올라갈 수도 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