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니 학원비 또 오르네" 사교육비에 학부모 '시름'

생활입력 :2023/03/26 08:58    수정: 2023/03/26 09:24

온라인이슈팀

"학원비는 자녀 나이에 '0'붙이면 얼추 계산돼요. 초등학교 1학년(8세)이면 월 80만원, 2학년(9세)이면 월 90만원 이렇게요."

고물가 현상 속에 학원비가 줄줄이 올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2023.03.07. myjs@newsis.com

2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필수 과목 '국영수'에 예체능 학원까지 등록하게 된 학부모들은 최근 몇달 사이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한다.

학부모 A씨는 "아이가 5학년인데 한달 교육비로 120만원을 지출한다"며 "못해도 700만원 이상은 벌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초3, 6세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B씨도 근심이 첫째 아들을 독서논술학원이나 스피치학원에 보내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돼 고민이다.

B씨는 "피아노, 바둑은 아이가 끊기 싫다고 하고, 영어 관두는 건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 와중에 둘째가 수영 보내달라고 하니 '엄마 돈 없어'라며 진실을 말해버렸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 23조4000억원 대비 10.8% 증가했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전년보다 11.8% 늘었다.

학부모들은 개학을 앞둔 최근 몇 달 사이 사교육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 체감 폭이 더욱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하남에 사는 C씨는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지인도 아이 셋 학원비가 큰 폭으로 올라서 막내 영어학원부터 옮긴다더라"고 적었다.

분당에 거주하는 D씨도 "외동이 아니라서 학원비 지출을 줄이긴 줄여야 할 것 같다"며 "둘째라도 엄마표로 돌려야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선 "10% 이상은 다 올리는 것 같다", "월급은 3%, 학원비는 10% 이상 오르니 학원비 인상 폭이 훨씬 크다", "학원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 등 반응이 나왔다.

가성비 좋은 예체능 학원으로 여겨져 온 태권도, 줄넘기 학원비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학부모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초4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줄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가성비 좋던 태권도도 이젠 17만원"이라며 "버티다가 운동은 한개로 줄여야겠다"고 했다.

태권도 학원비가 2만원 오른 19만원이 되자 더는 가성비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비슷한 금액대의 축구로 돌린 학부모도 있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학원이 사실상 돌봄 기관 역할을 하는 만큼 선택이 아닌 필수여서 고충이 더욱 큰 모양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E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나라 사교육은 단순히 교육 목적이 아니다"라며 "맞벌이하면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으니 학원을 하나라도 더 보내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돈 벌려고 맞벌이 하는데, 맞벌이 하려면 돈이 더 드는 이상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선 양질의 돌봄 정책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방과후·돌봄교실 뿐 아니라 정규 수업도 코로나 국면에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며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완전 전환됐으니 공적 돌봄 체계가 얼마만큼 양질로 공급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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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장은 "초등 단계부터 대입을 위한 사교육 지출이 늘고 있다"며 "초등 단계는 돌봄과 입시, 그 이후부터는 입시 문제가 가장 큰 사교육 유발 요인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 강도를 낮출 수 있는 종합적인 해법을 정부 차원에서 내놓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