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노가다'에서 해방될 날은 언제 올까

관건은 운영자와 사용자 양측의 비용, 라이선스, 다중 언어

컴퓨팅입력 :2023/03/23 13:49    수정: 2023/03/23 16:14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오피스 제품군의 생성AI 기능이 화제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 후 가장 충격적인 발표란 평가를 들을 정도다. 내용을 접한 사용자들은 '드디어 오피스 노가다에서 해당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시연 영상은 놀랍다. 채팅 창을 열어 말로 지시하면 AI가 알아서 문서와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주고, 엑셀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까지 할 수 있다. 생성 AI가 만든 영업 제안서 문서를 이용해 파워포인트에서 풍부한 애니메이션과 유려한 디자인을 갖춘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만들고, 발표자가 읽을 원고까지 써준다. 보고서와 제안서 프리젠테이션을 다 만들고 나면, 갖고 있는 연락처에서 관련된 회사 동료나 상사, 외부 파트너, 고객 등을 찾아 메일로 보내고, 회의 일정도 잡아준다.

영상만 보면 문서 작업과 프리젠테이션 작성, 엑셀 분석 등에서 자유로워질 날이 눈앞에 온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이 코파일럿과 함께 생산성 혁신으로 나아가기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아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

■ 파워포인트, 엑셀 등 자격증 영역 AI로 넘어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본격적인 사무자동화 시대를 열었다. 무수한 경쟁자를 누르고 오늘의 제왕적 지위에 오른 소프트웨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어두운 면도 동시에 갖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려 사용하는 도구가 오히려 일의 부담을 늘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모순을 낳은 것이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는 사무직 전체에게 일반화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자격증이 기업 채용에 활용될 정도로 전문가 영역의 도구기도 하다.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잘 쓰지 못하는 직원은 전체적인 업무 고과에서 저평가되고, 갈수록 늘어나는  문서 작업과 데이터 입력 작업은 사무직을 도구에 짓눌리게 했다. 실제로 해야 할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그 일을 위한 사전 및 사후 문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7일 개최된 온라인 행사에서 제러드 스파타로 마이크로소프트 모던워크&비즈니스애플리케이션 기업부사장(CVP)은 "때때로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야할 바로 그 도구가 방해요소로 보인다"며 "우리 일의 영혼에 다시 연결하려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더 나은 방법이 필요한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작업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파일럿으로 활용가능한 생성 AI은 사무직의 고통 요소 하나하나를 해소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코파일럿 작동 모습

워드만 해도 키보드로 문자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고통스럽게 문장을 만들어내고, 문서에 스타일과 형식을 갖추게 하고, 분량을 조절하는 등의 노동을 AI에게 맡길 수 있다. 파워포인트는 컴퓨터와 클라우드에서 내용에 적합한 사진이나 그림을 알아서 찾아서 배치할 뿐 아니라, 마땅한 이미지가 없으면 직접 만들기도 한다. 텍스트만 채우던 프리젠테이션 파일은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풍부한 색감으로 순식간에 채워진다. 해당 장표 페이지에서 해야 할 말도 알아서 메모에 적어내니 발표 준비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엑셀은 있는 줄도 몰랐던 함수를 알아서 데이터에 붙여준다. 그래프를 그리고, 데이터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분석가의 업무도 자동화한다. 눈아프게 촘촘히 틀어박힌 숫자 속에서 트렌드를 찾아주고, 알아야할 핵심을 문장으로 요약해준다.

파워포인트 코파일럿으로 프리젠테이션 만들기

코파일럿은 그동안 별도의 교육과 학습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었던 각종 고급 기능을 끄집어내 사용자의 파일 안에 녹여낸다. 존재하는 기능의 10%도 제대로 못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머지 90%까지 다 활용하게 한다는 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이다.

이는 단순 수작업을 AI에게 맡길 뿐 아니라, 그 작업을 위해 고용했던 전문인력의 쓸모를 없애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히든피겨스'에서 NASA 내 컴퓨팅센터의 계산원들이 IBM 메인프레임 한대로 교체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컴퓨팅 비용은

이같은 부정적 전망을 차치하고,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을 대중 누구나 쓰게 될 시점은 언제쯤 올까. 일단 바로 당장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GPT란 AI 모델 자체가 매우 방대하고 고성능인 컴퓨터 자원을 필요로 한다.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연산은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일어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거대한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일어난다. 사용자의 컴퓨터는 연산의 결과만 받아보는 것이므로, 활용하려면 네트워킹이 필수적이다.

코파일럿의 작업을 수행하는데도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기업용을 제외한 마이크로소프트365의 개인용 구독자의 수만 6천320만명이다. 이들이 한날 한시에 코파일럿을 이용하진 않겠지만, 상당한 규모의 사용자가 동시간대에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빙의 채팅 기능을 사용자의 신청을 받아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안정화와 테스트 목적이기도 하지만, 아직 모든 사용자에게 상시 개방할 만큼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주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전경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애저 기반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공식적으로 인프라 규모를 밝히진 않는데, 여러 발표에서 추정하면 GPU 수만개로 보인다. 21일 엔비디아는 GTC 2023 행사에서 오픈AI의 애저 인프라에 수만개 규모의 A100, H100 GPU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오픈AI의 챗GPT 운영에 필요한 GPU 규모를 HGX A100 서버 약 3천617대(GPU 2만8천936개)로 추정했다. 쿼리당 비용은 0.36센트로 추정됐다. 챗GPT를 구글에서 이뤄지는 모든 검색에 배포하는 경우로 가정해 추론 비용은 연 360억달러로 계산했다. 여기 필요한 GPU 인프라만 A100 410만2천568개(A100 HGX 서버 51만2천820.51개)다. 여기에 서버와 인피니밴드까지 합치면 투자비용만 1천억달러 이상이다.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는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만 수용하는 게 아니라, 코덱스, 달리2 등의 다양한 오픈AI API 서비스와 다이나믹스365, 깃허브, 빙 등의 생성AI 기능까지 감당한다.

운영에 필요한 자원도 만만치 않다. 여러 사용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할 때 여러 서비스의 개별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 요구된다. 특정 서비스의 인프라 독점을 원천 차단하려면 멀티테넌시에 대한 서비스 격리 및 원활한 자가복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은 1차로 기업 사용자에 한정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에 많은 사용자를 감당하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프라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그룹을 나눠 순차적으로 제공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공개베타 상태인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이용 조직은 포춘500대 기업 중 8곳과 공공 기관을 포함한 20곳이다.

마이크로소프트365 기업용 요금제의 최고 등급 가입자가 1차로 서비스 대상이다. 너무 많은 기업 사용자를 수용해야 할 경우 엔터프라이즈 볼륨 라이선스의 최고 수준인 'E5' 등급에만 제한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기관이나 비영리기관을 위한 요금제는 사용자 규모 변동이 크므로 단기간에 제공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365 개인용 구독의 경우 가장 최후에 사용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점은 엔비디아의 인프라 자원 공급망 여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종합하면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제공범위 확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프라 비용 최적화, 운영 수준 고도화 등의 속도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오픈AI의 언어모델을 경량화해 테넌트 그룹을 소규모로 나눠 격리 배포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운영비용이나 서비스 안정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올해 H100에서 활용가능한 AI 추론 전용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했고, 메타에서 얼마전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 'LLaMA'가 경량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해 희망적이다.

■ 라이선스와 비용은 어떻게 될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가격과 라이선스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이달초 먼저 발표된 다이나믹스365 코파일럿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다이나믹스365 코파일럿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나 프리미엄 라이선스 보유자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기업용 솔루션이면서 사용 시나리오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이나믹스365는 별도의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 요금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최소 10명부터 이요가능한데, 다이나믹스365 애플리케이션 카테고리를 선택해 이용가능하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다이나믹스365 비즈니스센트럴의 경우 프리미엄은 사용자당 월 100달러(11만2천500원)다. 다이나믹스365 세일즈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사용자당 월 95달러(10만6천800원)이며, 세일즈 프리미엄의 경우 사용자당 월 135달러(15만1천800원)다. 이는 명목 가격이며 기업 규모에 따른 볼륨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365는 다이나믹스365보다 간소한 라이선스 체계를 갖고 있다. 

비즈니스 요금제는 300명 이하 규모의 중소기업이나 조직이 이용가능한 라이선스다. 기본적인 마이크로소프트365 비즈니스 구독은 베이직, 스탠더드, 프리미엄 등으로 나뉜다. 팀즈나 셰어포인트, 익스체인지 등을 제외한 앱만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용 마이크로소프트365 앱'이 따로 있다. 사용자당 요금은 베이직 월 6천700원(6달러), 스탠더드 월 1만4천100원(12.50달러), 프리미엄 월 2만4천700원(22달러)이다.

마이크로소프트365 기업용 요금제 비교

마이크로소프트는 300명을 초과하는 규모의 기업에게 엔터프라이즈 요금제를 이용할 것을 권고한다. 엔터프라이즈 구독은 직원 규모를 특정하진 않지만, 중앙집중형 보완 및 관리를 포함한다.

이용자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엔터프라이즈 요금제의 경우 E3, E5 등으로 구분하며, 요금제별로 이용가능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차이를 둔다. E3 요금제는 사용자당 월 4만500원, E5 요금제는 사용자당 월 6만4천100원이다.

코파일럿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오피스 앱,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 등의 핵심 구성 요소를 갖고 있다. 각 요소를 중간에서 조율하는 '코파일럿 시스템'이 있다.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는 조직 내 구성원의 데이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조직 구성원을 콘텐츠의 아이덴티티로 정의하고 여러 구성원 간 관계 속에서 유기적 공유와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던지면, 코파일럿 시스템이 그라운딩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 정보를 조회하고 사전 처리한다. 비즈니스 콘텐츠와 맥락을 사용자 데이터에서 찾아낸다. 이를 결합해 프롬프트를 개선해 LLM에 던져 콘텐츠를 생성한다. 생성된 콘텐츠는 코파일럿 시스템을 통해 다시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를 호출해 사후 그라운딩을 하게 된다. 사용자 프롬프트의 실제 의도에 더 근접하게 하고, 보안과 규제, AI 윤리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은 오케스트레이터인 '코파일럿 시스템'과 마이크로소프트365 앱, LLM 모델,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 등으로 구성된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를 이용하려면 아이덴티티 관리를 위한 '애저액티브디렉토리(AZD)'와, 콘텐츠 저장 및 협업을 위한 '셰어포인트'가 필요하다. AZD와 셰어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365 기업용 요금제는 '비즈니스 프리미엄'이다.

여기에 개발팀이 여러 오피스 확장 개발에 필요한 개발도구를 만들어야 할 때 '개발자 계정'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개발자 계정은 일반 사용자 25명 당 한개씩 만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365나 다이나믹스365의 구독에 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데이터 저장과 공유 시스템 운영 등의 비용은 별도의 애저 구독으로 지불하게 된다.

■ 코파일럿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까

마지막으로 한국 사용자는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한국어 지원 여부다.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이 영어를 우선하기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할 지 불확실하다. 현재 빙 챗의 한국어 서비스 수준은 기계번역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어의 복잡한 조어, 분위기, 어조 등을 한국인 수준으로 구사하려면 별도의 조정 학습이 언어모델에 이뤄져야 한다. 오픈AI의 GPT-4의 한국어 학습 수준이 이전 버전보다 77%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창하진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1을 비롯한 여러 소프트웨어에 사용하는 언어팩을 100여개 보유하고 있다. 한국어 언어팩은 당연히 존재한다. 이런 언어팩은 고정적 내용만 포함하고 동적인 구성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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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10의 AI 비서였던 코타나가 끝끝내 한국어를 지원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유창한 한국어 구사는 요원해 보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한국어 구사는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사용자도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을 이용하는데 원초적 제약은 없다. 단, 생성된 콘텐츠의 문장 완성도를 검증하는 별도의 편집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