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를 비롯한 빅테크의 인터넷 환경 공정 기여를 위해 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떠오른 가운데, 인터넷 사업자(ISP)와 콘텐츠 사업자(CP) 간 직접 계약을 통한 망 이용대가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대전환 시대를 위한 연속 정책토론회12'에서 "구글, 넷플릭스가 국내 트래픽의 34%를 차지하는데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급을 통한 지속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CP의 국내 기금 납부와 함께 ISP에 직접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해 수익을 내는데, 이때 국내 사업자가 구축한 인터넷 망을 이용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메타, 애플, 디즈니와 달리 망 이용계약 체결을 회피하고 있다.
윤 실장은 글로벌 CP가 의도적으로 정당한 망 이용대가 합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송이나 여론전 때문에 협의가 계속 지연되고, 화질 저하 등 국내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를 제지해 망 무임승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대상 확대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 맞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글 등 해외 빅테크 사업자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넷플릭스 등 OTT , CJ ENM 같은 대형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도 기금 부과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납부 대상자는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다.
윤 실장은 "신·구 매체 간 영향력과 시장 지배력 차이가 변하고 있다"며 "대형 CP도 여론 영향력을 지닌 뉴미디어 사업자로서 전체 방송 통신 생태계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익 창출 어려움을 겪는 중소 CP가 받을 부담을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에게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CP인 구글, 메타, 넷플릭스의 매출액 추정치는 각각 5조원, 1조원, 8천800억원이다.
윤 실장은 넷플릭스 등 OTT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단계를 지나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미디어로 떠올랐다고 부연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처럼 사회적 화두를 이끄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미디어 발전 위해 방송통신발전기금 필요..."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이날 발제를 맡은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입법이 아닌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조사관은 "비영리 활동은 기업의 목적이 아니지만, 부의 불균형 등으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있다"며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더 나아가 시장 자본주의 지속을 위해 이윤 추구 만을 강조하는 것은 시기가 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방송발전기금 기여를 법적으로 강제하면, 사업자들은 기존 사회적 기여 활동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조사관은 또 기금의 사회적 필요성에 관해 "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방송 통신 콘텐츠를 제작해 전체 미디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미디어는 시장 논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공익 프로그램을 제작해 합리적인 공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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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점기금 징수했을 때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가 적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되려 사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내 OTT의 해외 진출 시 피해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환 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국에 진출했는데, 국내 이슈 때문에 해외 진출한 국가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