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써야 할 것 같아요."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4호선 창동역에서 출근길에 오른 윤모씨(33)의 말이다. 대중교통 안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2년5개월 만에 부분 해제됐지만 출근길 시민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특히 이날 출근길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기록하면서 대중교통 안에서뿐만 아니라 평상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야외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는 시민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윤씨는 "지하철을 탔는데 1칸에 한 2명 정도는 마스크를 벗었고 나머지는 모두 착용했다"며 "시행 첫날이고 오늘 미세먼지가 좀 심해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있는 것 같다. 당분간 출퇴근길 지하철에선 마스크를 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지하철 노선도 비슷했다. 이동하며 2호선(내선순환) 차량을 돌아보니 1량 기준 약 100여명이 넘는 시민 중 2~3명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경의중앙선에서도 1~2명만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2호선 낙성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직장인 김종희씨(27·남)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벗으면 저도 벗을 수 있겠다"면서도 "오늘은 사람들이 다 쓰고 있고 미세먼지도 심하니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하철을 타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의중앙선 도농역 플랫폼에서 만난 김선주씨(30·여)는 "길거리를 걸어다닐 땐 벗는다"면서도 "마스크를 벗으려다가도 사람들이 많으면 나도 모르게 착용하게 된다"고 열차를 타기 전 마스크를 단단히 정비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마트·역사 내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다만 약국·병원,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중대본은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며 "출퇴근 시간대 등 혼잡한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 개방형 약국 종사자들은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해주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지하철처럼 버스에서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 근처 버스정류장에는 약 10명의 시민이 버스를 대기 중이었다. 버스를 타기 전 대기 인원의 절반 정도가 마스크를 벗고 있었지만, 버스를 탑승하자 모두 마스크를 서둘러 착용했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고모씨(32·남)는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챙겨왔다"며 "한동안은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봐야 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광역버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용인에서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5001번 버스 노선 에 40석 중 마스크를 끼지 않은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20대 여성 A씨는 "아직까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벗기엔 어색하고 불안하다"면서 "오늘 미세먼지도 많고 하니 겸사겸사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신껏 마스크를 벗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일부 시민은 빨대를 이용해 음료를 마시는 등 마스크를 벗은 첫 날을 만끽하기도 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박모양(17)은 "오늘 마스크 해제 첫 날이여서 많이 안 쓸 줄 알았는데 대부분 쓰고 있어서 놀랐다"면서도 "그래도 버스에서 눈치 안 보고 탈 생각"이라며 정류장에 멈춰선 버스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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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을 이용해 남양주에서 서울까지 출근 중인 이모씨(34·남)도 마스크를 벗고 "오늘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벗을 줄 알았다"고 겸연쩍게 웃으면서 "마스크를 안 끼니까 너무 편안하다"고 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