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대책 실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난방비에 이어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국민 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져서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대책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당시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책에 집중됐으나 해빙기에 들어서며 '저소비·고효율 구조 정착'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원금 지급이 단기책에 불과한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에너지 효율화는 필수 과제이기 때문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6일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위한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오는 21일께 요금 인상을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전의 사상 최대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순차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32조6034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전년(5조8465억원)보다 26조7569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정부가 요구한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한전이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재무위기 타개를 위한 누적적자를 해소를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이 목표액을 달성하려면 2~4분기에도 1분기처럼 ㎾h당 12~13원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너지 사용량이 높아지는 여름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동절기에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분기 전기료가 인상되고 하절기에 들어서면 소상공인과 에너지 취약계층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정부는 '저소비·고효율 체제'로의 전환을 내세웠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위기 장기화와 요금 상승, 고물가 등으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효율과 절약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정책 역량을 집중해왔다.
산업부는 '범부처 에너지 효율혁신 협의회'를 개최하고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넘어 모든 부처의 역량을 모아 국가적으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정착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전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는 전략이다.
이창양 장관은 "무역수지, 물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확보 등을 위해 전 부문의 근본적인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효율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93% 가량으로 매우 높다"며 "효율개선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수입액은 무역적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무역수지는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최근 10년간(2013∼2022년) 2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97억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유인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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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 방향성은 맞았지만 이를 유도할 유인이 약한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서 파격적인 지원을 하든지, 요금 인상이라는 신호를 확실하게 주지 않는다면 효율개선 작업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