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편안 도입 시 가정한 이른바 '가상 근무표'가 MZ 세대의 반발을 더욱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3일 공식 페이스북에 '69시간 근무표, 이게 진짜야? 근로시간 제도개편 제대로 알려드립니다'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올렸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떠돌고 있는 '69시간 근무표'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현행 주52시간제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노사 합의 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1주 12시간으로 제한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푹 쉬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경우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SNS에서 '69시간 근무표'가 확산됐다.
해당 근무표를 보면 월~금요일 오전 9시 출근해 다음날 새벽 1시 퇴근한다. 점심·저녁시간 각각 1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야근하며 하루 14시간씩(월요일은 13시간) 근무하는 셈이다. 주말 일과표에는 '기절', '병원'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오전 9시 출근해 다음날 새벽 1시 퇴근하면 연속 휴식 시간은 8시간으로, 근로시간 개편안에 담긴 주69시간 근로 시 부여해야 하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조치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또 이러한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마치 매주 가능한 것처럼 잘못 알려진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 최대 69시간을 가정한 근무표를 직접 제시했다.
이를 보면 첫째 주에는 월~토요일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10시 퇴근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11시간30분 근무로, 주6일 근로시간은 총 69시간이다.
둘째 주에는 월~토요일 오전 9시 출근, 오후 8시30분 퇴근으로 주59시간 일하게 된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일한 뒤 3~4주에는 월~금요일 주40시간 근무하면서 '묻지 마 칼퇴'를 할 수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다만 고용부는 이러한 주 최대 69시간 근무표에 대해 "이 또한 가장 극단적인 가정"이라면서 '올바른 나만의 가상 근무표'라는 수정 근무표를 재차 소개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표보다 근로시간이 줄기는 했지만 첫째 주에는 월~토요일 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으로 총 근로시간은 주62시간이 된다. 둘째 주에는 월~토요일 주53시간 일한다.
고용부는 그러면서 3~4주에는 '파격적인' 근무표를 제시했다.
셋째 주에는 월~수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24시간만 일하고, 목~금요일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통해 연장근로 분을 임금 대신 휴가로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주에도 월~목요일 주32시간 일하고, 금요일은 휴가를 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에는 호응은커녕 수백 개의 비판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토요일에도 일하라는 거냐' '대통령과 고용부 장관부터 시범 근무해라' '과로사하기 딱 좋은 근무표', '있는 휴가도 못 쓰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묻지 마 칼퇴나 휴가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냐' 등의 반발이 나왔다.
결국 '69시간 근무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부가 제작한 '가상 근무표'가 오히려 MZ 세대 등 여론의 역풍을 불러오며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이상적인 가정만 담으면서 제도 개편의 취지를 스스로 발목 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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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주69시간 보완 지시에 고용부는 연일 청년 등을 만나며 개편안과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 보완을 재차 지시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