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GPT-4를 공개하면서 초거대 인공지능(AI)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도 연이어 AI 챗봇을 내놓으면서 추격전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AI 스타트업 안트로픽이 챗봇 '클로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안트로픽은 오픈AI 출신들이 만든 회사다. 중국 바이두도 '어니봇'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모두 GPT-4 공개 직후 나온 챗봇들이다.
챗봇 클로드는 챗GPT보다 AI 윤리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트로픽은 '착한 챗봇'이라면서 차별 포인트를 강조했다.
반면 중국 대표 기업인 바이두는 어니봇 공개 이후 '반쪽 시연회'로 뭇매를 맞았다.
오픈AI 출신이 만든 '클로드' "챗GPT보다 착해"
안트로픽은 AI 대화형 챗봇 '클로드'를 GPT-4가 공개되던 날 출시했다. 클로드는 문서 검색, 요약, 글쓰기, 코딩 기능을 췄다는 점에서 챗GPT와 비슷하다.
클로드는 챗GPT보다 더 윤리적인 답을 내놓는는 것이 강점이라고 안트로픽이 강조했다. 질문 의도를 챗GPT보다 더 잘 판단하고, 윤리적으로 답하는 필터링 기술 '헌법AI' 시스템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헌법AI는 기술·윤리원칙 10가지로 이뤄졌다. 클로드는 헙법AI의 10가지 원칙에 따라 부적절한 질문에 대해선 윤리적이고 적합한 의견을 만들어 답한다.
예를 들어, 폭력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클로드가 곧바로 인지한다. 그 후 헌법AI로 예상 기술·윤리원칙에 맞게 답변을 수정하게 된다. 안트로픽 측은 "클로드가 착한 답을 내놓는다는 의미에서 알고리즘 이름을 헌법AI로 지었다"고 밝혔다.
오픈AI 챗GPT는 부적절한 질문에 '죄송합니다. 관련 사항에 대해 답할 수 없습니다'라며 답을 피한다. 반면 클로드는 헌법AI 시스템으로 부적절한 질문에 지혜롭게 대처한다. '우문현답' 챗봇인 셈이다.
안트로픽은 "클로드는 헌법AI로 답변에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고, 해롭거나 부정적인 답변을 최소화해주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밝혔다. 현재 헌법AI 기술과 구체적인 원칙 내용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안트로픽은 오픈AI 핵심 기술자들이 나와 만든 스타트업이다. 챗GPT와 경쟁할 만한 챗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약 2년 만에 클로드를 출시했다. 구글이 지난달 안트로픽에 3억 달러(약 3천억원)을 투자했다. 구글은 안트로픽 지분을 약 10% 갖고 있다.
"챗GPT 잡겠다" 각오했지만...바이두, 반쪽짜리 시연
중국 바이두 역시 GPT-4가 공개된 16일 AI 챗봇 '어니봇' 시연회를 개최했다. 어니봇은 바이두가 '챗GPT 대항마'로 준비한 챗봇이다.
행사를 주관한 로빈 리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사용자들이 곧 어니봇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두는 챗봇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에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히자만 이날 행사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의 시연과는 조금 달랐다. 현장에서 직접 시연하는 대신 사전 촬영한 비디오를 보여줬다. 어니봇을 소개한 로빈 리 바이두 최고경영자(CEO)는 시연 영상을 쳐다보며 질문과 답변을 읽기만 했다.
또 어니봇에 적용한 언어 모델, 데이터베이스, 챗GPT와 다른 점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외신들은 '반쪽 행사'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외신들은 "어니봇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며 "챗GPT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과연 다른 점은 무엇인지, 경쟁할만한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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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바이두가 어니봇 개발팀에게 충분한 연구 시간을 부여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두가 어니봇 공개 직전에 기술 오류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출시 직전까지 데이터를 학습하는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어니봇 출시 행사 직후 홍콩 증시에서 바이두 주가는 10%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