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오너일가 상속 분쟁이 일어난 후 지주사인 ㈜LG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주가상승 재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분율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게 되면,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 주가는 전일대비 2천300원이 오른 9만900원에 마감됐다.
LG그룹 상속재산 재분할 소송 이슈가 터진 지난 10일 이후 LG 주가는 등락을 이어가다 최근 다시 상승 곡선을 탄다. 소송 이전 주가는 8만600원이었다. 거래일 기준 5일 동안 12.7% 상승했다.
LG는 지난 10일 구광모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다. 상속인 4인인 구 회장과 세 모녀는 수차례 협의를 통해 LG家 전통에 따라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받고,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2.01% 0.51%)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상속 절차는 2018년 11월 법적으로 완료됐고, 세무 당국 신고 및 공시까지 끝냈다. 하지만 세 모녀는 구 선대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었고,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LG 측은 과거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상속 절차가 완료된 지 4년이 지나서야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다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재산 분할 이슈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은 41.7%에 달하며, 김영식, 구연경, 구연수 씨가 보유한 지분은 7.8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속의 위법성을 입증해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승소한다 하더라도 지분율은 ▲김영식 4.2% → 7.96% ▲구연경 2.92% → 3.42% ▲구연수 0.72% → 2.72% ▲구광모 15.95% →9.7%로 조정된다. 세 모녀 지분을 합하면 14.09%인데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14일 주가가 내려갔다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것이 소송 분쟁 이후 재조명을 받으며 다시 주가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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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LG 주식은 지주사 중에서도 유독 저평가됐었는데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주목받으면서 투자자들이 주목하게 됐다"며 "LG AI 엑사원의 잠재력만으로도 충분히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에 주가가 하락했던 것은 시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주주들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관들도 꾸준히 LG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투자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며, 예전에 10만원대를 넘어섰기 때문에 9만원도 사실 낮은 편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