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직업이라기보다 역량이다

[이균성의 溫器] 독서와 검색 그리고 프롬프트

데스크 칼럼입력 :2023/03/16 15:18    수정: 2023/04/07 13:57

GPT-4 같은 초거대AI가 등장하면서 이른바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군이 생겼다고 한다. 프롬프트는 초거대AI와 소통하는 창(窓)이자 소통을 위해 하는 대화나 명령어 혹은 지시어를 가리킨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이 행위를 잘 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행위를 잘 한다는 것은 초거대 AI와의 소통을 통해 원하는 지적 결과물을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목받는 것은 프롬프트가 어떠하냐에 따라 초거대AI가 내놓은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어떻게 넣을 것이냐가 관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은 초거대AI 이용자는 물론이고 초거대AI를 개발하는 기업한테도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경우 좋은 프롬프트를 통해 자사 초거대AI의 대응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MS가 검색 엔진 빙과 브라우저인 엣지에 ‘챗GPT’를 장착해 공개했다. (사진=씨넷)

GPT-4 개발사 오픈AI 출신들이 만든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 구인 공고를 올리면서 연봉 최대 33만5000달러(약 4억4000만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생성 AI 업체인 뤼튼테크놀로지스도 최대 1억 원의 연봉을 내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공개 채용한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프롬프트베이스라는 마켓까지 생겨 2021년 이후 2만5000명 이상이 프롬프트를 사고팔았다.

초거대AI가 등장하면서 프롬프트가 주목받는 것은 인터넷 초창기에 ‘정보검색사’ 열풍이 불었던 것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터넷이 대중화하고 검색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정보검색사라는 직업은 설 땅을 잃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지적 역량을 키워줄지언정 그 자체가 직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 행위도 누구나 해야 할 일이지 특별한 직업일 순 없었던 거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지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주목받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첫째 인터넷 초창기 검색이 그런 것처럼 프롬프트도 아직 보통 사람에겐 낯설다는 점이다. 둘째 초거대AI를 만든 기업조차 어떤 질문에 어떤 대답이 나올지 정확히 그 알고리즘을 모른다는 점이다. 첫째 이유는 금방 사라질 것이고 둘째 이유는 조금 더 회자될 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거대AI는 ‘블랙박스’나 ‘도깨비 주머니’에 비유될 수 있다.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기 어렵고, 원하는 것을 어떻게 끄집어내야 할지에 대해 엄밀한 규칙성을 정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초거대AI가 인간이 가장 알지 못하는 인간의 신체 부위, 즉 뇌와 비슷한 인공신경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더 주목받게 하고 있다.

둘째 이유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직종의 존재 가치를 조금 더 연장시킨다 하더라도 그리 길지는 않을 수도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개인적인 프롬프트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초거대AI를 쓰는 그 많은 사람의 역량의 합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초거대AI의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아주 짧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테슬라 전(前) AI 책임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지난 1월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얼핏 보기에 개발자들이 이제 컴퓨팅 언어가 아니라 자연어를 쓰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로 변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컴퓨터 언어를 몰라도 컴퓨터를 활용해 지식 노동이나 창작 행위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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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특별한 사람의 직업이 아니라 책을 읽고 검색을 하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처럼 지식 탐구를 위한 일반적인 행위가 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책을 읽고 검색을 하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직업이 될 수 없다. 직업은 그 행위(지식 노동이나 창작)를 통해 내놓고자 하는 결과물에 종속된다. 주로 생산하는 결과물의 종류에 따라 직업이 나뉘는 거다.

직업을 교육하는 직업도 당연히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잘 하게 해주는 직업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 직업은 책 잘 읽게 도와주는 직업과 비슷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아니다. ‘블랙박스’와 ‘도깨비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을 상상하고 찾아내려는 열망이다. 그 열망이 책을 읽게 하고 검색하게 만든다. 그 열망이 또 ‘프롬프트질’을 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