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서 칼럼] 이공대 출신이 독서를 더 잘 할 수 있는 이유

전문가 칼럼입력 :2023/03/15 22:44

김익한 아이캔유튜브대학 학장·명지대 명예교수·기록학자

 '이랜서칼럼'은 ‘IT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21세기형 전문가’를 지칭하는 ‘이랜서’(e-Lancer)들이 21세기형 일과 생활에 대한 인사이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 입니다


이공대 출신이 독서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하면 안 믿을지 모르겠다. 문과 출신은 이 말에 발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이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또 생각독서법을 익힌 사람이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이공계통에서 평소에 하듯 정의를 명확히 내리면서 책 읽기를 이어간다면, 그 이공대 출신이야 말로 정말 훌륭한 독서가다. 이 글을 읽는 개발자 여러분은 생각독서법만 익힌다면 문과 출신보다 더 책을 즐기며 독서를 통해 성장을 이뤄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지 한 번 점검해보기를 바란다. 일상을 살다보면 아무 생각 없이 일에 대응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든 강의를 듣든 그냥 읽거나 그냥 쭉 듣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한 끗 차가 생각을 하느냐 마느냐에 있다고 본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강의를 듣고 강의실 문을 나서면서 ‘아, 강사님이 이런 이야기, 그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했지’ 하고 한 번 생각이라는 걸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책을 한두 쪽 읽고는 ‘아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한다. 심지어 여러 쪽을 읽고 나서는 ‘이런 이야기, 그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했네’ 하고 생각을 이어보기도 한다. 생각은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나는 자기식 이해다. 사람은 생각을 한 번 할때 마다 모호하던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자기식의 종합, 해석, 요약이라는 행위를 한다. 둘은 각인 작용이다. 생각을 한 번 떠올리면 그냥 흘려듣거나 읽은 것보다 그 내용이 훨씬 더 강하게 뇌에 각인된다.

자기식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잘 기억한다면 공부를 잘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생각을 하냐 하지 않냐가 공부를 잘 하냐 못하냐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물론 독서를 잘 하냐 못하냐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공대 출신 특기인 정의내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의 내리기란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생각하고 정의하는 의식적 행위다. 무엇을 하든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한 걸음도 생각을 진전시켜가지 못하는 이 훌륭한 습성은 독서를 이어가는데 아주 중요하다. 모호함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일정 부분 읽었을 때 ‘무엇은(여기까지의 내용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리지 않으면 책을 읽어갈 수가 없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는 한 책의 큰 흐름 혹은 맥락을 쭉쭉 파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무엇은 무엇이다’ 라고 정의를 내리려면, 모호한 것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핵심적인 내용 요소를 가지고 ‘이야기의 큰 흐름은 이런 것이야’ 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르는 걸 포기하고 알아먹을 걸 위주로 자기식 생각을 하지 않는 한 명확한 정의내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자기화 이해'란 바로 이런 것을 뜻한다.

정의를 내리는 제일 간단한 방법만 알면 여러분 모두 정의 내리기 독서를 잘 할 수 있다. ‘무엇은 무엇이다’를 ‘무엇의 본질은 무엇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바꿔 생각하는 것이 요령이다. 예를 들어 의자라 하면 “의자는 앉기 위해 만들어진 가구의 하나다. 의자는 다리, 등 받침, 앉는 바닥으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정의하면 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라고 한다면 “여기까지는 회복탄력성의 충동 통제력의 핵심이 자율성이라는 걸 말하고 있다. 자율적 결정, 자유로운 실행, 적극적인 태도가 충동을 통제할 때 필요한 요소들이다” 등과 같이 읽은 부분의 내용에 대해 정의 내리기를 할 수 있다.

즉 ‘여기까지 내용의 핵심은 무엇이고 그 구성은 무엇 무엇이야’ 라고 정의하는 습관만 들일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책을 잘 읽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를 잘 내리는 사람의 생각독서법을 한 번 짚어보자. 책을 읽기 시작한다. 두 쪽 정도 읽고는 책에서 눈을 떼고 ‘아, 회복탄력성 중 충동통제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있네’ 하고 생각하기를 시작한다. 한 쪽 정도 더 읽고는 ‘오, 충동통제력은 의외로 자율적 결정 여부에 의해 영향을 받는군?’ 하고 생각하고, 두세 쪽을 더 읽고는 ‘아하, 디씨와 라이언의 자기결정성의 개념과 깊은 상관성이 있군’ 하고 또 생각을 한다.

한 2~30여 쪽의 충동통제력 파트를 읽으면서 생각하기를 반복하고 나서, 그 생각들을 쭉 잇고 종합한 후, 앞서 말한 대로 “충동통제력의 핵심은 자율성이고, 디씨와 라이언의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율적 결정, 자유로운 실행, 적극적인 태도가 충동을 잘 통제하게 하는 요소들이야” 라고 종합적 정의를 내린다.

어떤가? 이렇게 책을 읽는다면, 즉 정의 내리는 방식으로 생각을 자주 하고, 또 그 생각을 이어보고, 더 나아가서는 한 파트를 다 읽은 후 그걸 모두 종합하면서 또 정의내리기를 한다면, 책의 내용을 여러분들 나름의 생각 방식으로 이해하면서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지 말자. 그동안 몸에 붙인 정의적 사고방식을 잘 활용하면서 책을 읽자. 생각독서법에 정의적 사고방식을 적용해가면서 책을 읽어 가면 어느새 책을 술술 잘 읽는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부분을 다 읽고 나서 책 내용에 대한 간단한 정의, 즉 자기식 이해와 해석의 내용을 간단히 키워드로 메모까지 한다면, 여러분들은 메모독서법을 실행하는 사람까지도 될 수 있다.(메모독서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겠다). 그렇게 해서 한두 권의 책을 완독하면 여러분들은 독서의 고수 반열에 오를 첫 발을 내디은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김익한 명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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