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54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16일 오전 7시 30분 수원컨벤션센터 입구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시위가 없어서인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처럼 주주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1층에 온라인 중계장까지 마련했지만 3층 본회의장도 다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올해 주주들의 현장 참석률은 저조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 현장에는 600여명쯤이 참석했다.
대기줄이 없다보니 주총시간이 임박한 8시 반 이후에도 신속한 입장이 가능했다. 입장하려는 주주보다 주주들의 입장을 돕는 인원이 오히려 더 많은 느낌이 들 정도로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이번 주총장은 주주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존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 개인주주가 500만명을 넘어섰고, 20~30대 주주가 크게 늘어난 것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주총장 입구에는 'Everyday Sustainability(지속가능한 일상)'라는 ESG 테마로 꾸며진 포토존을 설치했다. 일부 주주들은 포토존에서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갤럭시S23 포토부스는 주총 후에도 대기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주주들이 즉석사진을 촬영하며 갤럭시S23 카메라 기능을 체험했다.
응원의 메시지를 적고 응모하면 편의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부스도 주주들로 붐볐다. 주주들이 남긴 응원 메모를 나무처럼 꾸몄다. 에코트리에는 'TSMC 이기자', '삼성전자 세계로 우뚝서자', '10만전자 가즈아' 등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액세서리인 '삼성 에코 프렌즈' 팝업스토어도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25%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팝업스토어 관계자는 "이번 주총 주제 '지속가능한 일상'에 발맞춰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들을 전시하고 할인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ESG 행보를 칭찬하는 주주도 있었다. 이재금 씨는 "종이 우편물에서 전자고지로 바꾸는 등 삼성전자의 (ESG)노력은 칭찬할 만하다"며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기업인 만큼 삼성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꼬마주주 "삼성전자 주식으로 집 사고 싶어요"
경제교육장으로 소문난 삼성전자 주총장에서는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을 방문한 꼬마주주들도 꽤 많았다.
주총장 방문을 위해 경북 경주에서 부친과 함께 상경했다는 12살 조성우 군은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며 "첫 주총이라 기대가 된다"며 설렌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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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와 함께 방문했다는 10살 김주원 군은 "주가가 떨어져서 속상하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모아서 집을 사고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부 주주들의 날선 비판이 불편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13살 한겨레 군은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듣는 것은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일부 주주가 '호구'라는 말을 한 것은 조금 불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