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입주 중단 사태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에서도 새집으로 이사를 못 하게 막고 있어 예비 입주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총 299세대 규모의 '신목동파라곤'의 입주 시작일은 지난 1일이었으나 동양건설사업과 재건축조합의 갈등으로 입주가 전면 차단된 상태다.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100억원 안팎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양천구청의 준공 허가가 났고, 지난 1일부터 입주가 가능해지자 시공사가 아예 아파트 입구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입주를 막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청약에 당첨돼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있던 일반 분양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들은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가운데서 등 터지고 있다"고 분노한다.
신목동파라곤 299세대 중 절반인 153가구다. 평당 평균 분양가는 2060만원으로 전용 59㎡ 5억원대, 84㎡ 7억원대 실수요자들이 몰렸다. 상당수 일반 분양자가 '영끌'로 잔금까지 다 치른 상황이라 여윳돈도 없어 임시 거처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이 단지 인근에 있는 강서초와 신강초, 양강초, 양강중 등 '학군'을 염두에 두고 이사를 준비한 입주 예정자들은 '패닉' 상태다. 6·8세 아이를 둔 예비 입주자 A씨는 "입주가 안 되니 전입신고를 못 한다고 해서 계약서를 가지고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며 "현재 은평구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왕복 두 시간 거리를 매일 통학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입신고 없이는 전학이 불가능해 전학을 계획하고 있던 부모들은 더 난감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 59㎡를 분양받은 A씨도 5억2000만원 중 3억원을 대출받은 '영끌족'이다. A씨는 "언제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말도 없고, 3년간 중도금에다 잔금까지 다 치러 있는 돈이 없어 다른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다른 입주 예정자들도 짐을 맡기고 에어비엔비나 다른 가족 집으로 우선 들어가는 등 난리다"고 전했다.
조합 측에서는 건설사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지난 8일 심문기일이 종료됐고, 이번주 중으로 가처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추가 공사비 분담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어 일반 분양자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등에서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을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도급 계약서대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건설자재 수요·공급망 문제 등 갑작스러운 시장 환경 변화로 공사비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며 "계약서 내용대로 하거나, 쌍방 합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정비사업 중 과도한 공사비 책정, 공사비 증액 등으로 인한 조합-시공자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사비 검증 업무를 대행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다만 사업 시행자가 요청할 때만 한해 시행하는 내용이라 강제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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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일각에선 강제력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민간 계약을 공공이 무조건 강제·감독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