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동료 교사들의 직장 내 집단 괴롭힘으로 극단 선택을 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과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육군 중령 박모씨의 지인은 "이 가족을 돕고 싶다"며 전날 박씨가 작성한 글을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게재했다. 박씨는 투신한 교사의 남편이다.
박씨는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모두 공개하고 "대명천지에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해 아내가 세상을 떠나 가정은 지옥이 됐다"며 사건의 전말을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충남 계룡 모 어린이집의 주임 교사였던 아내 유씨는 지난달 28일 자택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유씨의 고통은 지난해 새로 개원한 국공립 계룡 모 어린이집 교사로 선발돼 초대 주임교사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박씨는 아내와 비슷한 나이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동료 교사들이 아내를 시기, 질투해 집단 따돌림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아내의 동료 교사들이 각종 모략과 허위사실을 유포해 아내를 1년여간 괴롭혔다"며 "아내는 13년 전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정규대학을 나온 보육교사가 자격증 교사를 무시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사실 책상 위 자신의 이력이 적힌 파일이 꺼내져 있는 것을 타 교사들이 본 것 같다며 아내가 걱정한 바 있다"고 했다.
박씨는 아내 유씨가 그동안 자신과 나눴던 대화와 교직원 고충 상담 대장, 주변 증언 등을 정리해 아내가 어떤 식으로 고통받아왔는지를 설명했다. 유씨의 동료들은 주임교사였던 유씨의 업무요청을 대놓고 무시했으며, 공동작업에서 유씨를 배제하는 등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지속했다.
하지만 유씨는 이런 사실을 남편에게 털어놓으면서도 "언젠가는 동료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며 묵묵히 1년을 버텼다.
동료들의 따돌림 속에서도 열심히 일한 결과 유씨는 지난해 말 2022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표창을 수여했으며, 지난달 있었던 어린이집 인증평가에서 유씨의 어린이집은 거의 만점 평가를 받아 유씨는 주변으로부터 "주임 잘 뽑았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렇게 한 해를 마친 유씨는 괴로움에 더 이상 주임을 못하겠다고 건의했으나 원장은 연임을 지시했고, 유씨가 계속 주임교사를 맡게 되자 동료 교사들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결국 지난 28일 아내는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아이들이 방 안에 들어가 있고 남편 박씨가 안방 베란다에서 잠깐 집안일을 하는 동안 거실에서 투신했다.
박씨는 "아내가 1년여간 쌓인 직장 내 따돌림, 이간질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급성 우울증 상태였다. 최근 겪은 고통이 무의식 상태인 아내의 몸을 움직이게 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된다"며 "저는 아내의 사건이 '타인에 의한 죽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교사들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되고 실추된 아내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게 도와달라"며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지자체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 같은 곳에 관련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게 관심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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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