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지디넷코리아는 총 3편에 걸쳐 서비스 로봇을 도입·운용 중인 한림대성심병원의 스토리를 전한다. [편집자 주]
한림대성심병원은 작년부터 원내에 5종류의 ‘서비스 로봇’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28대로 시작한 서비스 로봇은 올해까지 총 72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원내 로봇을 통한 서비스 건수는 ▲물품 배송 740건 ▲방역 1천763건 ▲환자 안내 766건 ▲병동 내 설명 서비스 42건 ▲의료진-환자간 면담 보조 5건 ▲재택관리간호사-환자 간 서비스 25건 등 총 3천450건에 달했다.
한림대성심병원 내 서비스 로봇의 도입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은 “약 배송 등의 업무는 서비스 로봇을 활용하면 충분히 사람을 대체할 수 있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약국에서 병동으로 약을 전달해주는 배송 로봇의 경우, 의료진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원내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간호사의 73%가 “일이 더 편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약사의 경우에도 배송 로봇에 약을 담는 추가 업무가 발생했음에도 62%가 업무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향후 배송 로봇을 더 사용하겠느냐’는 질문에 간호사는 81%가, 약사는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으로 미래 의료기관에서 배송 로봇이 사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9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연 센터장은 “원내 설문에서 90%가 넘는 찬성률이 나온 것은 처음 보았다”며 놀라워했다.
당장은 아주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서비스 로봇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대되고 있어요.
한림대성심병원에 서비스 로봇이 대거 운용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모로 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관련 정부 과제에 선정되기도 했거니와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이 십여 년간 병원행정·업무 효율 개선·프로세스 리디자인 등의 업무를 맡아 온 것도 주효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디지털헬스케어 비전 선포를 한 한림대의료원의 내부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의사와 간호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할까요? 의료기관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고민은 계속 있었어요. 환자 쏠림을 막고 의료진의 수 확충 등은 당장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와 같이 적은 의료 인력이 많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결국 ‘디지털’, ‘데이터’, ‘로봇’ 등을 도입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로봇끼리 인수인계를?
서비스 로봇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서는 보완해야할 점이 아직 많다. 예를 들어 로봇이 대거 운용되면 사람·로봇으로 인해 병원 승강기의 혼잡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과제다.
그런가하면 복도에서 로봇끼리 마주쳤을 때 상호간 어떤 대응이 일어날지에 대한 정보 수집 역시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의료기관의 크기에 따라 로봇이 얼마나 운용되는 게 적당할지도 연구된 게 없는 실정이다. 이미연 커맨드센터장은 이러한 과제를 한림대성심병원 내 실제 도입을 통해 하나씩 정립하고 있다.
병원 규모에 따른 적정 로봇 대수에 대해 아직까지 확인된 ‘솔루션’이 없어요. 저희가 적정 로봇 규모와 다수 로봇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 최적 효율의 로봇 운용을 확인하고 있는 이유죠. 방법은 여러 대의 서비스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죠.
물론 서비스 로봇이 의료기관에 확산되려면 경제성이 고려돼야 한다. 이 센터장은 “개발사들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당의 서빙 로봇을 생각하면, 많이 사용하니까 가격이 더 내려간 측면이 존재하죠. 의료기관의 서비스 로봇 수요가 늘어나면 로봇 단가도 내려갈 수 있어요. 그러려면 로봇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가치 입증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로봇 몇 대가 도입돼 얼마나 일이 줄 수 있는지를, 그게 인력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하죠. 병원별 실정에 맞춰 몇 대를 도입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서비스 로봇을 의료기관에 확대 적용하려면 경제성뿐만 아니라 병원 구조 변경 등도 고려돼야 한다. 일례로, 승강기·자동문과 서비스 로봇과의 연동은 기본. 병원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로봇을 잘 활용할 수도록 돕는 ‘표준’이 요구된다. 만약 병원 설계부터 이를 감안하면 어떨까? 이미연 센터장은 한림대성심병원 신관 증축 당시 설계가 바뀐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병원 신관 증축에 참여해 로봇이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조언해 결국 설계가 바뀌었어요. 로봇 전용 승강기를 설치하고, 로봇의 동선과 자동문 위치, 경사의 높이 등을 반영했죠. 타 병원도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로봇 활용도를 넓히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배송 로봇을 생각해보면 검체와 약 등 물품을 옮기는 행위 자체는 간단하지만, 오배송·분실·도착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각각의 경우에 따른 시나리오를 따질 필요가 있다.
“배송 로봇이 물품을 싣고, 이동하고, 이를 사람이 수거하는 각 단계와 전체 배송 과정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관련기사
- 잡무는 로봇이 척척…"시간 벌어 의료진은 환자에 더 집중해야죠"2023.03.08
- "쓸만한 의료데이터, 돈도 뭣도 아닌 환자 위해 필요"2022.12.16
- "병원은 플랫폼이 돼야 한다"2023.02.14
- "상생협의체 결론 나려면 쿠팡이츠 새 상생안 내놔야"2024.11.08
로봇 간 인수인계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병원 2층에 가야하는 환자가 있다고 치자. 길 안내를 원화는 환자를 1층에 있던 안내 로봇이 승강기 탑승을 안내하게 된다. 그렇게 2층에 도착한 환자는 2층에 대기하던 또 다른 안내 로봇이 환자를 이끌고 목적지로 가는 방식이다.
비대면 진료에서 서비스 로봇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입원 환자에게 이상이 발생했을 때 통상 현장 의료진은 유선으로 관련 질환 전문의에게 환자의 상태를 보고해 대처한다. 이때 환자의 전문의가 눈으로 보면서 증상을 물어볼 수 있도록 서비스 로봇이 함께 출동하면 어떨까. 이미연 센터장은 “멀리 있는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을 보조하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요양병원에 서비스 로봇을 파견해 환자의 이상 시 상급병원에 자문을 구해야 할 때, 로봇이 환자 병상으로 가서 요양병원 의료진과 한림대성심병원 의료진 간 소통을 중계하는 모델을 시범적으로 운용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