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책을 내놓는다.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달 열릴 주총에서 배당금을 늘리거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와 ESG 경영을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선다.
SK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현대자동차처럼 배당액을 확정한 후 배당기준일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긴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투자자들이 결정된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결산배당 배당기준일을 배당액 확정일 이후로 변경토록 권고하는 배당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하자, 일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앞서 2월 현대자동차도 이달 23일 열리는 주총에 배당 절차 개선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차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상향도 안건으로 올리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다양하게 내놨다. 현대차는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높인 주당 6천원으로 책정했다.
삼성그룹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움직인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를 맡고 있는 삼성물산은 앞서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략 소각하겠다는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17일 주주총회를 거쳐 4월 21일 소각 예정이다.
배당기준일은 순차적으로 개선한다. 삼성그룹은 우선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배당 절차를 개선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이 바뀌면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우선 올해까지는 기존 절차를 유지한다. LG 관계자도 "법제화 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효성, 한화는 배당기준일을 기존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 이사회 다양성 위해 女사외이사 영입 늘어…관료출신 선호 여전히 높아
ESG 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대표적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후 30대 그룹 사외이사들 중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30대 그룹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219개 기업의 사외이사 780명의 출신 이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여성 사외이사가 120명으로 전체의 15.4%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년도 3분기(82명)보다 38명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 움직임이 이어진다. SK는 박현진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SK하이닉스는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재선임하고,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SKC에선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이 사외이사로 합류한다.
LG디스플레이는 박상희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으며, 삼성SDI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정부와 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관료 출신과 사법리스크를 관리해 줄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모시기 풍토는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15일 주총에서 선임안을 다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임시 주총을 열고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효성은 20일 주총에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병현 전 고등법원장 등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효성은 공시를 통해 "유일호 후보자는 국가 경제 및 재정 관련 주요 정책을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경영에 대한 감독 및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을 통해 당사의 성장과 ESG 경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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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윤모 후보자는 경제·행정·산업기술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당사의 글로벌 경영 및 ESG 경영, 주주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한화는 이달 29일 주총에서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이자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는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을 재선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