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소재 성형외과에서 환자의 시술 장면 등이 담긴 영상정보가 인터넷에 불법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에서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시행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원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올해 9월 25일 시행 예정인 상황에서 영상정보가 유출된 데 병원계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유출된 영상은 진료실과 탈의실에서 인터넷 프로토콜(IP)카메라를 통해 촬영됐다. 이는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로 보안에 취약해 네트워크 전문가가 전무한 의료기관의 보안 취약성을 노린 악성 해커들의 표적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협회는 그동안 수술실 CCTV 설치의 부작용과 영상 유출 우려 등을 지적하며 설치 의무화에 반대했지만 국회는 환자안전을 이유로 입법화를 강행했다”면서 “폐쇄회로(CCTV) 카메라 영상이라 할지라도 일단 한 번 생성된 영상정보는 의료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에도 유출될 위험이 있다. 향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수술 장면의 영상이 유출될 경우 의료기관과 의료인, 국민 모두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기관은 의료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관리·감독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종 수사와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고 우려하며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인은 CCTV 촬영에 강제 포함돼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우려된다. 안전하게 진료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은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가 유출돼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병원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영상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보안시스템까지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은 지원 대상에서조차 제외시켰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보안사고 등 관리에 대한 책임소재까지 경제적·법적 책임을 모두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임상현장에는 필수의료 핵심 인력인 수술의사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외과, 흉부외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분야에 젊은 의사들의 지원의지를 떨어뜨려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국민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시행을 전면 중단하고, 의료인과 환자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