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스타트업 베끼기 논란…"업계 1위가 왜"

프링커 "비밀유지계약 후 유사 디자인 특허 등록...조직적으로 베낀 정황 확인"

유통입력 :2023/03/09 19:22    수정: 2023/03/10 08:36

애경과 토니모리 등이 자신들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검찰에 고소까지했던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반대로 국내 한 스타트업의 제품 기술과 디자인, 콘셉트 등을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는 LG생건이 프링커의 템포러리 '타투 프린터'를 모방해 MWC 2023에서 선보이고, 해당 제품을 올 2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투 프린터는 블루투스로 모바일 앱과 기기를 연결해 화장품 잉크로 피부에 타투를 그리는 제품이다.

LG생활건강 '임프린투' 제품 사진(위), 프링커코리아의 타투 프린터 제품 사진(프링커코리아 제공)

프링커 "협업 제안 후, 진전 없다 디자인 등 모방...증거 다 있다"...LG생건 "잘 모른다"

프링커에 따르면, 2019년 1월 LG생건은 협업을 제안해왔다. 그해 6월 양측은 제품 공급·협업을 위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다.

그러나 NDA 체결 이후 두 회사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고, LG생건은 2020년 9월 갑자기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 

이에 프링커 측은 "2020년 1월 프링커S 제품을 출시했는데, LG생건이 해당 제품을 구매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LG생건 직원이 프링커 서비스 등록·기기 등록을 한 점도 모방 정황의 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LG생건에서 NDA 협업 당시 담당자로 지정된 사람이 계속해서 우리의 기술을 몰래 뜯어 본 이력에 대한 증거가 다 남아있다"면서 "조직적으로 LG생건 선임 연구원들이 속해있는 디자인 팀 자체에서 우리의 제품을 베꼈다"고 덧붙였다. 

모방의 증거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프링커 측은 지난달 22일 LG생건에 '공정거래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촉 소명요청'이란 제목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후 23일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울타리 피해구제도 신청했다. 

프링커코리아 타투 프린터기 제품 (사진=프링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나아가 프링커코리아는 LG생건 측이 허위사실 유포로 오히려 통보를 해왔다고도 말했다. 프링커코리아 측은 "LG생건이 김앤장 법무법인을 통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허위사실 유포도 같이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같은 스타트업이 증거도 없이 대기업을 상대로 고발했겠냐"며 "증거도 다 있고, 애초에 법적인 대응도 다 준비하고 고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공정위 제소와 특허청 고발도 같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주장에 LG생건 홍보실 관계자는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아닌지는 법무팀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홍보실은 이 일과 관련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LG생활건강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 (사진=지디넷코리아)

논란이 일자 중기부는 지난달 실태조사를 위해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 등을 파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양측 모두 충분히 조사한 후 사건이 확정되면 기술분쟁조정·중재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생건도 애경 등 타사 모방 혐의로 고소했지만 대부분 패소..."업계 소송의 왕"

과거 LG생건은 모방을 당했다며 다수의 기업을 고소했지만 성과를 가져오지 못한 채 물러난 전적이 있다.

토니모리가 지난 2019년 2월 출시한 '닥터오킴스 수그라테놀 리커버 크림' 용기에 제품 성분을 막대그래프로 표기한 것을 두고 자사 브랜드 '빌리프' 화장품 용기와 비슷하다며 모방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LG생건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2020년에는 LG생건이 애경을 상대로 '소금치약' 갈등을 벌여,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관한 손해배상을 소송을 제기했다. 애경의 제품 디자인이 자신들의 제품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판부는 일부 유사점만으로 애경이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볼 수 없다며, 모방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LG생건은 패소라는 결과를 얻었고,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지위를 이용한 LG생건이 업계에서는 '소송의 왕'으로 통한다"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소송의 왕이기도 하지만 모방의 왕이기도 한 부분들을 다양하게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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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LG생건이 섬유유연제 제품 중 다우니 제품을 따라해 모방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고, 애경의 울샴푸 제품이 인기를 얻으니 울드라이 같은 제품을 만들어 어떻게 보면 모방한 부분들이 있다"면서 "업계 점유율 1위 기업이면 오히려 업계를 긍정적인 방면으로 이끌어가줘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역으로 제품을 따라해 모방하고, 시도때도 없이 소송을 제기하는 부분이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회사의 ESG 경영 관심도(정보량·포스팅 수)를 분석한 결과 LG생활건강(3천411건)이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877건)과 한국콜마(557건)를 크게 앞질렀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