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이언메이스 압수수색...넥슨 "국내외 막론하고 유출 책임 물을 것"

넥슨 내부 프로젝트 유출해 징계해고 당한 인물이 설립한 개발사

디지털경제입력 :2023/03/08 10:40    수정: 2023/03/08 18:57

넥슨 프로젝트를 무단 반출해 게임을 개발한 의혹을 받는 개발사를 상대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게임업계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미출시 프로젝트 유출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 7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 미출시 프로젝트인 P3를 무단 반출한 게임을 개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개발사다.

아이언메이스가 출시한 다크앤다커.

아이엔메이스 관계자 A씨는 지난 2021년 넥슨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바 있다.

넥슨은 A씨가 넥슨 신규개발본부 재직 당시 담당하던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프로젝트 P3는 넥슨이 지난 2021년 8월 진행한 온라인 신작 발표회에서 공개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지닌 던전 탐험 게임이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A씨가 넥슨에서 유출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P3와 관련 없이 개발한 게임이라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지디넷코리아가 입수한 넥슨 사내 공유 입장문에 따르면 아이언메이스의 주장은 신빙성을 잃는다.

아이언메이스 직원 A씨가 넥슨에서 P3 프로젝트 리더로 재직 당시 소스코드와 빌드를 포함한 파일 수천 개와 프로젝트 개발 정보를 개인 소유 외부서버로 무단 반출한 사실이 발각된 바 있으며 프로젝트 구성원에게 외부 투자 유치를 언급하며 집단 퇴직을 제안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A씨 징계 해고 후 P3 프로젝트 개발은 잠정 중단됐다. 20명 수준이었던 P3 인력 중 50% 이상이 퇴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획파트장이었던 B씨를 포함해 당시 퇴사한 P3 프로젝트 관계자 다수가 현재 아이언메이스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도 아이언메이스 주장의 신빙성을 낮춘다.

넥슨 사옥 전경

또한 넥슨은 A씨 징계해고 후 불과 1년 뒤인 2022년 8월에 다크앤다커 알파테스트가 진행됐다는 점과 전투 시스템을 비롯한 주요 플레이 방식, 클래스 등 주요 기획은 물론 UI와 디자인, 아트 등 게임 구성요소 대부분이 P3 프로젝트와 흡사해 독립적으로 개발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넥슨은 이번 사안에 대해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은 사내 공유 입장문을 통해 "수사 진전 상황을 지켜보며 A씨뿐 아니라 프로젝트 정보 유출 및 활용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법인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넥슨은 과거에도 자사 지적재산권(IP) 보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지난 2017년에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였던 박지원 대표 명의로 성명을 내고 중국 게임사 7곳과 던전앤파이터 IP 침해 혐의가 있는 게임 5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듬해인 2018년에는 넥슨이 서비스 중인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무단으로 베껴 서비스한 중국 게임사 4곳에 대한 서비스금지 가처분 신청이 중국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 역시 넥슨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특히 프로젝트 에셋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았더라도 프로젝트 유출은 개발자의 개발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넥슨이 2021년 공개했던 P3 프로젝트 이미지.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 내부 리소스 유출로 인해 징계해고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크앤다커가 스팀 동시접속자 10만 명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아이언메이스는 2021년 10월 설립됐으며 게임은 2022년 8월에 첫 테스트를 진행했다. 25명 남짓한 인원이 속한 개발사로 알고 있는데, 소규모 인원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런 규모의 게임을 초기 기획부터 투자유치, 개발까지 모두 진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사안이 게임업계 내에서 종종 이뤄지는 저작권 이슈 및 도덕성 해이를 다시 한번 집고 넘어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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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프로젝트 무단 유출이나 도용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게임을 어떻게 도용하더라도 소스코드만 차용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지닌 이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풍토가 심해지면 해외로 국내 프로젝트가 유출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이야기다"라며 "외부 투자자와 결탁해 사내 프로젝트를 망치고 이를 그대로 가지고 나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콘텐츠 관련 법령을 구체화 해서 출시 전 프로젝트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 체계도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