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산업에 자율규제 기조를 견지해온 윤석열 정부가 배달 시장을 향한 첫 규제안을 내놨다.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등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주 간 약관 관행을 개선하고 포장주문 확산 기류와 맞물려 수수료 무료 혜택을 연장하는 등 점주 친화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발표회를’ 열고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공정위에서 도입한 첫 번째 자율규제 사례로, 작년 8월 출범한 플랫폼 자율기구 산하 갑을 분과에서 반년가량 논의 끝에 마련됐다.
약관 관행 개선·자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규제안은 크게 세 가지. ▲입점업주와 플랫폼 간 거래 계약서 작성 시 필수사항 구체화 ▲분쟁 처리 절차 개선 ▲점주 부담을 덜기 위한 상생방안이다. 먼저, 입점 계약 기간 제공되는 배달 중개 서비스 내용과 범위, 계약 변경 사유, 손해배상 등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
점주가 이용요금‧수수료‧광고비 등 계약상 중요한 내용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사업자는 이와 관련해 설명해줘야 한다. 가령 즐겨찾기나 주문내역 등 기타 유입경로를 통해 주문 접수받을 때 플랫폼은 수수료나 광고비가 부과되는지, 비용 발생 시 수수료율과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점주에게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또 대금 정산 주기, 절차를 입점업주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홈페이지 등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알고리즘 외 앱 내 식당이 노출되는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 안내해야 한다. 소비자 악성 리뷰에 대한 삭제와 이용 제한, 임시조치 등 내용도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계약을 해지할 때 최소 예정일 15일 전까지, 계약 변경 건은 7일 전까지 각각 통지해야 한다. 점주에게 제공하는 중개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중지하려는 경우에도, 7일 전까진 그 이유와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자율분쟁조정협의회도 설치한다. 업계 관계자들 간 협의를 통해 상반기 구성, 조정절차 등을 준비한 뒤 9월 말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가동할 예정이다.
포장주문 수수료 '0원' 1년 연장…"제재 X, 실효성 O"
약관 개선과 협의회 구성에 대한 내용이 그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에 명시됐다면, 이번에 내놓은 상생안은 최근 시장 추세를 온전히 반영한 정책으로 업계 안팎에선 평가하고 있다.
이용자가 배민, 쿠팡이츠에서 주문한 음식을 직접 수령할 때 책정된 수수료를 내년까지 무료 지원하기로 한 것.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2020년 출시한 배민포장주문은 일반·단건 배달 광고상품인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 같이, 입점업주를 대상으로 한 지면상품이다.
포장주문이지만, 중개를 전제로 한 광고상품인 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원칙이다. 배민은 서비스를 선보인 뒤 0원 수수료를 유지해왔다. 두 차례 지원을 연장한 배민은 당초 이달 말 종료 예정했던 무료 수수료 정책을 내년 3월31일로 늦췄다. 재작년 같은 서비스를 선보인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규제안 마련에 힘을 보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소비자와 라이더, 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가 여럿인 배달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배달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전에 플랫폼 관련 법안이 단순 사업자가 지켜야 할 수칙을 의무화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규제안은 엔데믹 전환에 따라 근래 포장주문이 성행하는 상황을 적용했다"며 "플랫폼 제재보단, 입점업주 가게 운영에 힘을 준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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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모두 국제기준(ISO20488)을 반영한 리뷰 정책을 도입해 악성 리뷰에 대한 대응 기준을 갖추기로 했다. 낮은 중개수수료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땡겨요(신한은행)와 위메프오는 현 정책을 연말까지 유지한다. 땡겨요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케팅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장주문 수수료 12.5%를 받고 있는 요기요의 경우, 대금 정산주기를 7~14일에서 5일 내외로 단축하기로 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규제안 이행상황 점검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만큼, 협회에서도 정부와 플랫폼 간 가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