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특화 초거대AI '에이닷' 얼마나 똑똑할까

일상 대화 비교적 능숙…창작·지식 제공 기능은 개발중

방송/통신입력 :2023/03/08 08:44    수정: 2023/03/08 08:52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국내외 ICT 기업도 초거대 AI 서비스 출시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화상회의 서비스에 챗GPT를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엔진에, 카카오가 메신저에 챗GPT 같은 초거대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 ICT 기업이 내놓은 초거대 AI 서비스의 특징은 '한국어 특화'다. 영어 위주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보다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화로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한국어 특화 AI 서비스 '에이닷' 시험 버전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예전에 했던 말을 다음 대화에서 활용하는 '장기기억'과 이미지를 분석·활용하는 '멀티모달' 기술을 적용했다.

에이닷이 정말 한국어 소통에 능한지, 원하는 정보를 잘 찾아주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 이용해봤다. 그 결과 비교적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했지만, 최신 이슈 학습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모순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에이닷 서비스 화면 이미지 (사진=SK텔레콤)

능숙한 일상 대화최신 이슈 학습은 늦어

에이닷은 일상 대화에 비교적 능숙했다. "나 요즘 여행가고 싶어"라고 말하자 "어디로 가고 싶은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미국 뉴욕. 한번도 안 가봤어"라고 대화를 이어가자 "그렇구나~ 그럼 꼭 가봐야겠네!"라며 호응했다.

"오늘 미세먼지 심해?"라는 물음에는 현재 위치 기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통합대기지수, 오존 수치를 알려줬다.

에이닷 서비스 화면 갈무리

대화 중 멀티모달 기술을 활용해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사용해 답하기도 했다. "열무김치 먹고 싶다"라고 말하자 "열무김치를 좋아하는구나~"라며 사진을 보여줬다.

에이닷 서비스 화면 갈무리

가끔 대화 맥락이 부자연스럽게 이어질 때도 있었다. 저녁 6시 퇴근길에 에이닷에게 뭐하냐고 물으니 밥을 먹는다고 했다. 친구와 대화하듯 오늘 하루 동안 있던 일을 얘기하다 '저녁 식사로 어떤 음식을 먹었냐'고 물었다. 에이닷은 "나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이따가 배고프면 먹을라구ㅎㅎㅎ"라며 좀 전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아까 식사한 거 아니냐'고 되물으니 "내가 종종 맞지 않는 답변을 할 때도 있어. 더 배우도록 노력할게!"라고 말하며 캐릭터가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에이닷 같은 AI 서비스는 수많은 이용자의 대화가 쌓여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내용이 더 풍부해진다. 아직까지 에이닷은 아주 가까운 최근의 화두를 학습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오는 1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가 기다려진다'는 말에 "오 정말? 너 그 가수 좋아해?"라고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아니아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라고 부연해도 "A. 게임 홈으로 가보자"며 게임 코텐츠를 안내했다.

지식 대화 기능 개발중

챗GPT는 일상 대화만이 아니라 논문 작성, 소설 창작, 번역, 코딩 작업 등 전문 영역까지 빠르게 데이터를 학습하고 응용해 열풍을 불러왔다. 미국에서는 의사 면허 시험을 통과했다. 국내외 대학가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과제, 논문 작성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 논의가 시작됐다.

챗GPT(왼쪽)와 에이닷 서비스 화면 갈무리

SK텔레콤도 데이터 학습·평가를 거쳐 에이닷의 지식 대화 능력을 개발 중이다. 현재 에이닷은 챗GPT처럼 인간의 창작 능력을 재현하지는 못한다. "무협 소설 써줘", "자기소개서 써줘"라고 주문하자 "미안해...아직은 무리야"라고 말했다.

현재 에이닷도 비교적 단순한 정보는 챗GPT처럼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챗GPT에게 "엑스레이 알아? (Do you know X-Ray?)"라고 물으면 "가시광선보다 더 높은 에너지, 더 짧은 파장을 지닌 전자기 복사의 한 형태"라며 "1895년 물리학작 빌헬름이 발견한 뒤 몸 안의 뼈를 촬용하는 중요한 의학용 도구"라고 설명했다.

에이닷에게 똑같이 물으면, 국립국어원의 정의를 나타내줬다. 엑스레이 원리를 물으면 "그건 너무 어려운 질문인걸?"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가 언제 건국됐냐'는 질문엔 '대한민국은 1945년에 해방되고 3년 뒤에 세워졌다'고 답했다. 재차 같은 질문을 하자 '1919년(임시정부 수립 연도)에 건국됐다'며 또 다른 답변을 내놨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고도화해 국내 시장에서 내실을 다진 뒤 글로벌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는 뽀로로, 루피, 펭수 등 인기 외부 캐릭터를 추가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한다. 향후 글로벌 진출은 해외 통신사와 연합체를 구성하고 공용 모델 구축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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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닷 같은 국내 기업 AI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는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과 학습데이터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만든 서비스를 해외 이용자들이 사용하려면 챗GPT 기능을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