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귀사는 카카오헬스케어와 경쟁할 자신이 있습니까?

유저 대상 당뇨앱 개발 밝혔지만 카카오 '프리미엄'에 기존 스타트업 상생 기대와 우려 엇갈려

헬스케어입력 :2023/03/06 17:29

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카카오헬스케어가 당뇨 관리 서비스앱 출시한다. 지난 2일 회사는 창립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카카오헬스케어가 ‘모바일 기반 전 주기 개인 건강관리(Virtual Care)’라는 방향성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사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고려하면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큰 기대만큼이나 정작 ‘뚜껑’이 열리자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서는 ‘맥 빠진다’는 반응도 일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카카오 정도의 회사라면 더 대단한 서비스를 내놓을 줄 알았죠. 카카오와 경쟁하는 형태로 시장이 흘러가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업계에서 카카오헬스케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여 있다. 카카오라는 공룡이 참여하면 아직 영세한 스타트업들이 주로 활동하던 무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리란 기대감이 존재한다. 반면, 카카오와 연계한 서비스가 기존 소규모 기업들을 고사시키지 않겠냐는 공포도 있다.

기대이든 공포이든 어쨌든 곧 현실이 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따지기에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자체가 협소하다. 향후 네이버의 ‘참전’도 전망된다. 앞으로 두 공룡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양분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게 이 바닥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영세한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카카오헬스케어와의 경쟁할지, 특정 질환 등 자신만의 고유 영역에서 선점할지, 아니면 카카오헬스케어 플랫폼의 파트너 혹은 협력업체가 될지를 말이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사진=카카오헬스케어)

생긴지 1년 반 불과하지만 태생부터 공룡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 2021년 12월 카카오 내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설립됐다. 그와 동시에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부교수이자 이지케어텍 부사장이었던 황희 대표를 선임했다. 작년 3월 법인 신설에 이어 넉 달 후인 7월 스마트헬스케어 기업인 ‘네오젠소프트’를 인수합병했다. 올해 1월에는 의료정보시스템 기업인 ‘라인웍스’를 인수합병한데 이어 이지케어텍의 지분인수로 2대 주주가 됐다.

고작 법인 설립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네이버와 더불어 국내 플랫폼 업계를 양분하는 시가총액 27조원의 카카오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은 상당했다.

그동안 회사는 공격적으로 기업 및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왔다. 특히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서비스를 카카오헬스케어라는 플랫폼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협업키로 한 기업들은 현재까지 ▲이지케어텍 ▲제이엠헬스팩토리 ▲헤링스 ▲지니너스 ▲위뉴 ▲스카이랩스 ▲누비랩 ▲포티파이 ▲히치메드 ▲원스글로벌 등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스타트업 규모이다.

그렇지만 협력 관계를 맺은 의료기관들도 전국적으로 뻗어있는 주요 대학병원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화순전남대병원 ▲한양대의료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계명대 동산의료원 ▲이화여대의료원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국립암센터 ▲전남대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연세대병원 ▲이대병원 ▲계명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협업 대상이나 성격을 분석하면 카카오헬스케어가 하려는 일은 사업공개를 하기 전부터 이미 예상이 됐을 터다. 회사의 타깃은 ‘(잠재적) 환자’와 ‘병원’이다. 황희 대표조차 “헬스케어의 속성상 테크기업 혼자 할 수 있는 일들보다 의료 영역에 있거나 타 스타트업이나 대기업과의 협업이 많이 요구된다”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모바일, 메타버스 기술 전부를 다 잘할 수 있는 기업이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병원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할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첫 번째는 환자 및 일반 국민”이며 “두 번째는 의료계와 병원”이라고 했다. 전자는 B2C(Business to Customer, 소비자 대상 서비스)이고, 후자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비즈니스) 또는 B2H(Business to Hospital, 기업-병원간 사업)이다. 

이 글에서 다룰 ‘모바일 기반 초개인화 건강관리(Virtual Care)’, 다른 말로 ‘프로젝트감마’는 바로 전자의 사업모델이다. B2C 전략 하에 카카오헬스케어가 우선 선택한 질환은 ‘당뇨’였다.

당뇨앱은 시작에 불과하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올해 3분기까지 출시한다는 서비스는 ‘당뇨 관리앱’이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혈당 관리 서비스인데, 회사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한 번 착용하면 최대 15일간 혈당정보가 수집된다. 

사용자는 스마트기기와 카카오헬스케어의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에 운동·수면·식사·스트레스·체지방·근육량 등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후 인공지능(AI)은 사용자에게 문제가 되는 요소를 조절하라는 가이드를 제공하게 된다. 가령, 탄수화물과 염분 등이 고함량된 음식을 섭취했을 시 증가하는 혈당 수치 등을 나타내 이용자가 자신의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혈당을 관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황희 대표의 말이다.

“환자가 본인 건강을 관리하도록 누군가가 여기에 개입을 해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본인의 모든 생활 습관들을 연동해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걸 통해서 본인이 의지가 있으신 분들은 건강을 관리하게 만들겠다는 게 서비스의 출발점입니다.”

사진=카카오헬스케어

당뇨는 시작이다. 고혈압과 비만 등 다른 만성질환 등을 예방하는 서비스도 추가적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카카오헬스케어의 서비스 방향이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질환과 관련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플랫폼과 연계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협업과 서비스 연계. 황희 대표의 말이다.

다른 질환에 대한 굉장히 다양한 니즈가 있지만, 그걸 저희가 다 할 수는 없죠. 한 서비스 안에서도 다양한 기술 스펙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력 조력자들이 반드시 있어야 되죠.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다양한 기술 세팅을 같이 협력하는 저희 협력 파트너들 말이죠. 또 저희가 다루지 않는 영역들에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늘려줄 수 있는 파트너들도 있습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당뇨 관리앱은 ‘무료’가 아니다. 황희 대표는 구체적인 서비스 가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무료가 아니”라는 점은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고 회사의 서비스가 전혀 새롭다고 볼 수도 없다. 카카오헬스케어도 이 사실을 안다. 차별성은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활용한다는 점, AI 기술이 여럿 적용됐다는 점, 그리고 카카오와 연계한 서비스라는 점에 불과하다. 물론 마지막 요소가 가장 강력하다.

“당뇨 전체로 보면 (서비스는) 굉장히 많아요. CGM을 끼고 하는 서비스는 별로 없어요. (다른 서비스들은) 당뇨와 전당뇨 환자가 대상이 아니라 주로 ‘체형을 어떻게 해 준다, 살을 빼준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건강에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각 AI나 알고리즘 AI 등 기술이 상당히 많이 개입돼 있죠.”

황희 대표는 자사의 당뇨앱에 대해 “뭔가를 고를 때는 자기한테 맞는 게 있지 않느냐”고 했다. 유사한 서비스는 많지만 결국 유저는 카카오의 접근성에 기댄 카카오헬스케어의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유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 기업 입장에서 황 대표의 말은 오싹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진다. ‘카카오’라는 공룡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을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많지 않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순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빅테크 기업이 더 많은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접근도도 높습니다. 그들이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 형태를 내놓아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면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울 수는 있겠죠. 동반성장을 하리란 기대를 가질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