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두려움 넘어 '글로컬'하게 대처해야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대표변호사 인공지능 연재 컬럼②]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법적 책임 주체

전문가 칼럼입력 :2023/02/28 10:08    수정: 2023/03/13 06:50

조원희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인공지능(AI)이 만든 생성물의 법적 주체는 누구일까? 이 문제의 퍼즐을 풀기 위해 먼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말하고 싶다. 챗GPT(ChatGPT) 등장에 뜨거운 환호와 더불어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부쩍 높아졌다. 도대체 챗GPT는 무엇을 얼마나 학습한 걸까? 어떤 근거와 논리로 이런 결과를 내놓은 걸까? 복잡함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함수상자를 마주대하고 있는 막막함과 두려움이다. 그럴싸한 결과의 이면에 있을지 모를 음모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인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지난 해 여름 ChatGPT를 처음 받아 들었던 때의 놀라움을 블로그에 표현하면서 “우리가 2033년경에나 예상했던 인공지능 개발결과가 2023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ChatGPT를 개발한 회사의 라이선스권을 갖고 있는 회사 임원조차 이렇게 놀라고 있는 상황이다.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 지능을 능가하는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이를 2045년으로 예상했다. 특이점에 도달하면 인류는 초인공지능의 창조 능력으로 더 이상 미래 발전을 예측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데, ChatGPT 등장으로 이 특이점이 예상보다 일찍 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말 두려운 상황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를 처음 만나 매트릭스에 대해 얘기하며 ‘뭔지 모르지만 세상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 대사가 오버랩 된다.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두려움의 근원을 아예 없애거나 아니면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사실 그간 전세계는 후자의 방법을 선호했고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선한 의지를 가지고 문제점들을 극복해 가며 기술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주기를 바랐다. 인공지능을 아예 없앨 수 없으니 앞으로도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극복하거나 잘 활용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인류의 선한 의지가 상업적 성공 때문에 인류를 파멸하거나 인권 발전을 후퇴하게 해서는 안된다. 챗GPT 등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메타나 구글 내부에서  윤리나 안전 문제 때문에 출시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가 나왔다고 외신이 보도했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그동안 세계는 인공지능 개발 방향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프레임 워크, 가이드라인, 이슈 페이퍼 정도의 구속력 없는 가안들이었다.  챗GPT 등장으로 이 발걸음이 빨라질 듯 한데 강도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이의 선두에는 EU의 인공지능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이 있다. 작년 12월 6일 유럽연합 이사회(Council of EU)는 인공지능법안을 통과시켰고, 마지막으로 유럽 의회 의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르면 올 연말 전에 인공지능법이 발효될 수도 있다.

EU 인공지능법은 포괄적인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보다는 고위험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해 규율하고 있다. 얼굴인식, 신용평가, 감정측정 등에서는 투명성과 데이터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며, 이런 고위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 법적 적합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위반하면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우리는 개인정보 영역에서 EU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사실상 국제적 표준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서비스가 글로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EU 시장을 제외하지 않는 한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U의 인공지능법도 마찬가지여서, 이 법안을 먼 나라의 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EU 인공지능법이 미국 실리콘벨리 인공지능 기업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하지만, 늘 심각한 문제는 법의 영역 밖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이것이 안전망이 된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달 14일, 이미 발의한 지 1년 6개월 가량 지난 '인공지능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을 부랴부랴 상임위(과방위)에서 통과시켰다.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와 산업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바쁜 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공지능사회 윤리원칙'도 제정되고, 인공지능사회위원회도 만들어지며,  민간자율인공지능윤리위원회도 설치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을 보는 것 같다. 다들 걱정은 하지만 누구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세우지 못 한 채 뜨거워지는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심정이랄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글로컬(국내+글로벌)'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제 기준을 제대로 이해해 대처하는 한편 국내 법령이나 윤리원칙을 촘촘히 다듬는 작업을 함께 해야 한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필자 약력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2001_2017)

-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2017-현재)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겸임교수 (2013-현재)

- 정보통신과학기술부 자문변호사 (2020-현재)

- ALB 선정 Korea Super Lawyer 30인 (2022)

- Legal Times 선정 TMT 분야 올해의 변호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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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