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원 보따리 풀었더니...유럽에 팹 공장 건설 러시

EU 반도체법, 430억 유로 보조금 풀어...2030년 반도체 생산량 20% 목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2/28 09:36    수정: 2023/02/28 09:41

유럽연합(EU) 반도체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최근 유럽 내 신규 반도체 공장(팹) 건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유럽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인텔, TSMC 등 글로벌 기업까지 신규 팹 건설에 나서면서 향후 유럽 반도체 생산량이 급속히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2월 법안이 마련되고 같은해 11월 통과된 유럽 반도체법은 유럽 내 공공 및 민간 반도체 생산시설에 430억 유로(약 59조9천억원)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에서 유럽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 10% 수준에서 2030년까지 20% 정도로 확대하고, 아시아 지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유럽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표=지디넷코리아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은 50억 유로(약 7조원)를 투자해 현지 드레스덴에 팹 건설을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팹 건설에 10억 유로(1조3937억원)를 지원한다. 신규 팹은 2026년부터 12인치 웨이퍼로 전력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인피니언은 독일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등 수요 대응을 목표로 한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제조시설을 건설한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해당 팹은 향후 5년간 7억3천만 유로(한화 약 1조174억원)이 투입되며, 이 중 2억9천250만 유로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급한다. ST가 생산하는 SiC 웨이퍼는 전기차용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다.

인피니언 드레스덴 공장 조감도(사진=인피니언)

ST는 미국의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와 손잡고 프랑스에 57억 달러(7조9천453억원)를 투자해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팹 건설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글로벌 기업 67억 유로(9조3천383억원) 지원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팹은 2026년 가동을 시작해 18나노미터 기반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기업인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당초 인텔은 독일과 EU로부터 공장 건설비 170억 유로의 40%에 해당하는 70억 유로(약 9조7천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올 초에 건설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으나, 현재 착공일이 연기된 상태다. 최근 인텔은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총 건설 비용이 200억 유로(27조8천784억원)로 인상됐다고 주장하며, 독일 정부에 올린 금액인 100억 유로(13조9천392억원)를 요청하고 있다. 독일 현지 언론은 반도체 생산 확대가 불가피함에 따라 독일 정부가 지원금을 늘려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는 독일 자를란트 지역에 30억 달러(3조9천63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반도체 공장과 R&D센터를 건설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독일 정부는 투자금의 20%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더불어 자동차 공급업체 ZF도 1억8천500만 달러(2천443억원)를 투자한다. 울프스피드 신규 팹은 2027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텔 독일 마그데부르크 반도체 생산 시설 조감도. (사진=인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고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은 TSMC가 유럽 내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고, 독일 정부와 초기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TSMC는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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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육성을 위해 기업에 보조금 혜택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이달 28일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기업에 총 390억달러(약 50조원) 상당의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예산 법안을 통해 반도체 분야의 진흥 및 지원에 약 1조3천억 엔(12조3천억원)을 배정했다. 대만은 지난 1월 현지 기업의 R&D(연구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이는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반도체 생산시설 및 R&D에 1조위안(183조원)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