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규제에 떠는 가상자산…"미국보다 인정 범위 좁아"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법규 차이 존재"…토큰증권 정책 개선안도 제안돼

컴퓨팅입력 :2023/02/24 14:39    수정: 2023/02/25 23:58

최근 미국 당국이 여러 가상자산에 대해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 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외 가상자산 업계가 증권 규제를 적용받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법상으로는 미국에 비해 증권으로 간주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토큰증권, 금융의 새로운 경계를 탐색하다' 심포지엄 토론 패널로 나서 이런 의견을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여러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 규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6일에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미등록 증권 판매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라'가 증권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가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팍소스트러스트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USD(BUSD)'도 미등록 증권으로 판단함에 따라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하위 테스트'를 두고 있다. 하위 테스트는 ▲자본 투입 ▲일정 수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기대 ▲투자금이 공동 기업에 소속 ▲투자 수익이 제3자의 노력에 따른 결과로 도출 등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SEC가 테라 관련 기소장을 제출하면서 스테이블코인도 증권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며 "국제 규제 추세는 매우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규제 흐름은 중요하지만 국내법을 살펴보면 미국과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에 대한 '기대'를 요건으로 두는 하위 테스트와 달리 국내법은 수익에 대한 '권리'를 법적 증권 해당 요건으로 두고 있는 점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법은 기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투자계약증권으로 보지 않고 권리가 형성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증권의 영역을 다소 좁게 인정한다"며 "때문에 미국에서 증권으로 규정됐다 해서 국내에서도 꼭 증권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EC가 테라를 고소한 것도, 스테이블코인 전반에 대한 규제 계획이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테라의 경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격을 갖춘 발행인이 준비금을 충분히 마련한 스테이블코인과는 동일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우리나라에서 증권성에 대한 최종 판단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며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나 파생 상품 등 투자계약증권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원본 손실 여부"라며  원본 손실에 해당되는 경우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토큰 증권의 개념(출처=금융위원회)

국내에선 지난 5일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고, 증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대한 몇 가지 예시만 안내한 상태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이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 사례별로 안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심포지엄 토론 패널로 참여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토큰증권이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로 부상하는 데 비해 정책 방안에선 사업 한도가 100억원 수준으로 너무 적게 책정된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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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상 교수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선 사업자가 상품을 문제 없이 운용하는 거버넌스 문제, 투자자보다 사업자가 상품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인지한다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상품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상품 관련 산업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의 정책 접근도 중요하지만, 거버넌스와 정보 비대칭성 문제 해결에 주력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토큰증권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한서희 변호사는 "현행법에선 전자등록부 상 기록이 있어야 권리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이 인정되는데, 이번 금융위 방안에 따라서 전자증권법이 개정되면  분산원장 기록을 통해서도 인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