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표이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회사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주주들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어느 것이 회사 발전을 위한 것인지 부디 잘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메쉬코리아는 물류 3자 회사(독자적인 경영이 가능한 독립 회사 의미)가 돼야 기존 주주들과 시너지를 내고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hy로 넘어가면 물류 1자 회사(모회사에 종속된 1차벤더 의미)로 전락해 결국 회사가 조합화하고 최악의 경우 망합니다."
경영권 내홍을 겪고 있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설립자 겸 전 대표가 23일 오전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하루 앞서 22일 지디넷코리아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현재 심경을 밝혔다. 인터뷰에서 유 설립자는 "72년된 우리나라의 가장 유서 깊은 물류 3자 회사이면서 매출과 자산이 든든한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자금을 대기로 했다.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에 메쉬코리아를 hy(옛 야쿠르트)에 넘겨주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쉬코리아는 내일 오전 임시주총을 열고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2천만주에서 3천만주로 변경하는 정관개정을 다룬다. hy가 대주주가 되는데 필요한 절차다. 이 안건 외에도 현 경영진이 요청한 ‘유정범 사내이사 해임’ 건과 hy측 인사를 임원으로 올리는 안건, 또 반대로 유정범 전 대표가 올린 ‘현 경영진 해임' 안건이 함께 논의된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의 데미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한 때 기업가치 1조원 넘어…사업다각화 실패하면서 자금난
메쉬코리아의 경영 내홍을 이해하려면 그동안 이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알아야 한다. 배달 대행 전문기업인 메쉬코리아는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으로 불렸으며 현대차가 225억원, 네이버가 240억원, GS리테일이 508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메쉬코리아는 '부릉' 서비스를 매년 고속 성장시켰다.
하지만 새벽 배달 등 사업 다각화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초래했고, 2022년 2월 OK캐피탈에서 주식담보대출로 360억원을 빌렸다. 이 대출을 갚지 못해 회사는 지난해 8월 1차 연장을 했고, 11월 다시 2차 연장에 들어갔다.
자금난에 빠진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창업 멤버로 유학생 선후배였던 유정범 전 대표와 김형설 현 대표간 생각(해법)이 달랐고, 결국 현재의 분쟁이 발생했다.
유 전 대표는 메쉬코리아와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보' 컨소시엄을 앞세워 어려운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했고, 이를 불신한 김형설 대표는 5명의 사내 이사 중 3명을 한편으로 해 hy를 투자자로 끌어들였다. 이어 지난 1월 25일 이사회를 열어 유정범 설립자 겸 대표를 대표에서 내리고 김형설 부사장이 대표가 됐고 우선협상자로 hy를 선정했다. 하루 아침에 '전임 대표'로 전락한 유 설립자는 "이날 이사회도 나를 빼고 진행했다"며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법적 싸움도 벌이고 있다. 유 전 대표 측이 지난 20일 법무법인 동인을 대리인으로 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그는 "합리적이지 않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회사의 주식을 제3자에게 발행하는 행위는 주주들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이자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사들이 고민 없이 단순히 김형설이 제안한 hy에 대한 유상증자에 동의했다는 점은 현저한 불공정한 방법"이라며 신주발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형설 대표 측은 "유 전 대표가 회사를 벼랑끝까지 내몰아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장본인"이라며 주주권리와 이익 침해 여부는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 스스로가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주당 2만원 회사, 5천원에 넘기려는 것 이해할 수 없어"
22일 인터뷰에서 유 전 대표는 만일 23일 임시주총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계속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면서 "현저히 낮은 단가로 발행한 주식을 무효화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위한다면서 hy한테 헐값에 매각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당 2만원 하는 회사를 주당 5천원에 넘기려 하는데 이해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당 2만원이 돼야 하는 근거를 묻자 "세계적 사모펀드가 주당 2만원을 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hy가 대주주가 되면 메쉬코리아가 1자 물류 회사로 전락하고 노조화될 것이라면서 "노조화하는 회사의 끝은 결국 몰락"이라고 주장했다. hy가 인수하면 지금과 같은 콜당 비용을 높게 책정해 주지 않아 노조화가 불가피하다는 거다.
"hy가 이렇게 헐값으로 인수하게 하고, 또 서둘러 졸속 매각을 하려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재차 물은 그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굳이 나를 지지해달라는게 아니다. 더 나은 대안을 가져온 쪽 손을 들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보 컨소시엄이 인수가격도 더 높고 메쉬코리아와 시너지도 훨씬 높다는 거다.
"지금도 아쉬운게 나한테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 그래서 회생법원이 원래 약속했던 대로 나에게 2월말이나 3월초까지 시간을 줬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였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1월 25일 이사회 이후 2월 8일 이사회를 재차 소집했고, 그 자리에서 hy보다 높은 1주당 6천원의 국보 컨소시엄 유상증자 안건을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유 설립자는 "김형설 대표는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hy에게 독점적으로 1주당 5천23원의 실제 가치보다 저가 발행에 해당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도록 안건을 상정했고, 23일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면서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앞서 지난달 말 메쉬코리아에 DIP(Debtor In Possession) 긴급자금으로 지원한 500억원을 포함해 총 800억원에 약 67% 안팎의 메시코리아 지분과 경영권을 hy가 확보하는데 이는 명백한 헐값 인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다각화가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혼자 비난받는 것도 다소 억울해 했다. 당시 투자심의 위원장이 현 김형설 대표였고, 본인은 새벽시장 진출에 반대했다는 거다. 주주와의 소통 등에 서툴렀던 지난날을 깊게 반성한다는 유 설립자는 "내일 주주들이 꼭 좋은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재차 요청했다.
한편 2013년 2월 메쉬코리아를 설립한 유정범 씨는 지난12년 여 간 회사 창립자이자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올 1월 25일 이사회 결의(그는 위법이라고 주장)로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현재는 사내이사이며, 메쉬코리아의 전체 주식 발행주식 총수 676만8천303주(보통주식 313만8천841주) 중 100만1천341주(14.79%)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 주주다. 유 설립자 외에 이 회사 주요 주주는 19%의 네이버, 19%의 GS리테일, 9%의 현대자동차, 8%의 솔본인베스트먼트(구 새롬기술투자), 5%의 우리기술투자, 3%의 KB인베스트먼트, 2%의 산업은행 스케일업금융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