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은 올 한해를 하나은행 등 주요 관계사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늘리는데 집중한다. 데이터 인프라는 물론이고 데이터 인재도 지금 수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 데이터본부장 겸 하나은행 데이터·제휴 투자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황보현우 본부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본사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나금융그룹 내 데이터 인재를 2025년까지 2천500명 수준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은행의 전 구성원이 데이터를 폭넓게 탐색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썬 배우지 말라고 말하는 데이터임원
황보현우 본부장은 하나은행 전 직원들은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없앴다고 말했다. 파이썬과 관련한 책을 쓴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황보현우 본부장은 "파이썬 관련 책을 낸 사람이지만 직원들에게 파이썬을 배우기 보다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할 것을 권유했다"며 "영업점, 본부 직원 사람들이 코딩을 배우기 보다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결과물이 나오면 적용하는 데이터 이해력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황보 본부장 결정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하나은행장도 결을 같이 했다고 부연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력보다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이터 문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데이터 기술이 뛰어난 외부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그들은 금융데이터를 처음 접한 것이기 때문에 생소해한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내부 인재인데, 내부 직원들은 데이터를 뽑고 가공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기술력만을 보유한 외부 인력보다 더 나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보니 내외부 인력의 적절한 밸런스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데이터 부서에는 외부 인력 한 명에 내부 인력 한 명이 1:1로 매칭되어 있기도 하다. 황보 본부장은 "데이터 이해력이 높은 내부 직원을 많이 보유해야 데이터를 잘 적용하는 회사가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내부 직원의 데이터 직무 전환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데이터 시각화 교육 강화 등 데이터 활용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3개 영역 데이터 결합 CSS로 금융 사각지대 해소
데이터 역량 강화로 인한 결과물은 조금씩 업무에 자리잡고 있다. 오는 4월에는 금융 이력 부족자(씬 파일러, Thin filer)의 공백을 해소하는 신용평가모형(CSS)이 적용될 예정이다.
황보 본부장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11번가와 하나금융 관계사 세 군데, 총 여섯 곳의 데이터를 가명화 처리해 결합했다"며 "보통 업종 결합도 두 군데인데도 금융·유통·통신 세 영역을 결합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나은행 거래가 없다거나 아예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하다면 대출 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가명 결합 데이터를 통해 실제 고객의 재정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주는 모형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공 영역의 데이터까지 결합해 사회적 취약 계층에 관한 재정 지원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모형도 개발되고 있다. 그는 "현재 어려운 사람은 정부 지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은 괜찮은데 곧 위험해질 사람, 차상위 계층은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라며 "하나금융과 SK그룹 모두 ESG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챗 GPT '알파고급' 충격…국내사와 협력할 것
황보현우 본부장은 은행 내부서 데이터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한 재미난 사례도 소개했다. 과연 어느 영업점이 가장 바쁜가를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것이다. 그는 "작년 영업점의 업무 포화도를 분석했는데 영업점에 들르더라도 모바일로 상품 가입을 추천하는 등의 데이터 분석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그 매핑을 진행해 정말 이 지점이 얼마나 바쁜지를 분석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가 나오기 전에 모든 영업점에선 '우리가 제일 바쁘다'고 말하고 인사 부서 등에서는 더 많이 앓는 소리하는 곳에 직원을 보내주곤 했다"며 "업무 포화도가 나오니까 데이터를 통한 효율적인 의사결정, 수익성 향상 도모에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황보현우 CDO는 "기존에는 데이터 분석이 정확도를 위한 것이없다면 지금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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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휴로 기술 접점을 늘리고 있는 업무를 병행하는 황보 본부장은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챗 GPT도 은행에 녹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작년 11월말 12월초에 챗 GPT 때문에 난리가 났다"며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AI)에 대한 열풍이 불었듯이 이 정도의 파급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과 제휴해 관련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황보 CDO는 "시나리오, 룰, 자연어 처리를 섞어쓰는 은행 챗봇이 더욱 업그레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평상 시 필요한 일상 대화하는 부분이 챗 GPT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바뀔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