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을 찾기 위한 가장 정밀하고 민감한 실험 장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엑시온 암흑물질 탐색 장비를 구축했다고 20일 밝혔다.
IBS 엑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 연구팀은 이 장비를 활용, 액시온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확인하고 이를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했다.
액시온은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탐지되지 않고 있는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와 약력·강력·전자기력 등 세 가지 힘,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잘 설명하지만, 이 모형이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에서 5% 정도에 불과하다. 암흑물질은 표준모형으로 설명하지 못 한다.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일 이론을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실험적 검증은 하지 못 했다.
대통일 이론 기반의 액시온 암흑물질을 발견하면 대통일 이론의 강력한 증거를 찾는 셈이다.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예측한 엑시온을 'DFSZ(Dine -Fischler-Srednicki-Zhitnitskii) 액시온'이라 하는데, 표준 액시온보다 기존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돼 탐색 역시 어렵다.
과학자들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빛으로 변하는 액시온의 특성을 활용해 탐지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액시온보다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DFSZ 액시온 탐색은 미국 워싱턴대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 국제 공동 연구 실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세계 두번째 DFSZ 액시온 탐색 설비를 대전 KAIST 내 엑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에 구축했다. 민감도를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지는데, IBS는 지구자기장의 30만 배에 이르는 12테슬라(T)의 자석을 설치했다. ADMX는 8T의 자석을 사용한다.
또 신호 검출을 방해하는 배경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초저온 환경과 양자 기술을 접목했다. 공진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100%를 읽어낼 수 있는 처리 시스템도 개발해 탐색 속도를 높였다. ADMX 설비로 60일 동안 분석할 대역을 단 보름 만에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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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는 2022년 3월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실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1.1㎓ 주변 주파수 대역에는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액시온 탐색은 이론적으로 액시온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파수 대역을 조사, 신호가 잡히지 않는 대역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고병록 IBS연구위원은 "액시온이 발견되고, 이것이 암흑물질로 밝혀진다면 인류는 5%를 넘어 32%의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라며 "이 연구가 장차 궁극의 물리 이론인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 향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