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뇌건강에 대한 사회적인식 대전환에 기여하고 싶어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누군가 “당신이 죽고 2500년이 지나면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개발 경쟁이 인간들의 최대 싸움터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너 자신을 알라!” 그랬을까? 같은 질문을 숫자(2500년을 400년으로)만 바꾸어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에게 했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랬을까?
인간은 참으로 위대하다. 모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왔으며, 마침내 조금은 알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것(이를 테면 ‘인간의 뇌’)까지 모방해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고야 만 것이다. 챗GPT에 대해 뭔가 우려할 요소가 있다면 그 본질이 바로 그것일 테다. ‘조금은 알지만 다는 모르는 것’을 모방해 만들어놓았는데, 하필 그것이 ‘생각(혹은 인지)’이란 걸 만들고 유지시키는 구조물이라는 거다.
데카르트는 생전에 모든 것을 부정(혹의 회의)함으로써 진리(혹은 진실)에 접근하고자 했지만, 그가 400년 전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산다면,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챗GPT를 인간으로 볼 지도 모를 일이다.
뇌는 그만큼 인간에게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미지의 세계에 갇혀 외면당하는 ‘뇌 건강’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는 그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인간의 뇌(腦)와 그것의 인지 기능이 가능한 한 오래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오죽하면 회사 이름과 상품 이름까지 ‘데카르트’라고 하였을까.
이 대표는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이지 미지의 세계를 ‘탐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와 ‘주식회사 데카르트(이하 데카르트)’가 뇌와 관련해 과거에는 몰랐던 새로운 어떤 것을 발견해내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데카르트는 그러나 이미 뛰어난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사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발견된 것이야 말로 뇌의 건강과 관련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치매(癡呆)는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 원인을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뜻과 같다. 현대 의학이나 과학으로도 아직까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뇌와 관련된 ‘치료’나 ‘예방’이라는 말은 어쩌면 그 자체로 과장(심할 경우 사기)일 수 있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까지 외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치매는 엄연하고 그로 인해 본인과 주변의 고통이 엄청나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고, 그 인원을 딱 꼬집어 말할 수도 없으니, 그저 그냥 손 놓고, 고통을 불운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눈에 안 띄게 숨죽이며 견뎌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 대표는, 그러나, 과연 그것 밖에 없을까, 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브레인 안티에이징’ 스마트폰 앱,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이른바 ‘브레인 안티에이징(anti-aging)’ 앱이다. 안티에이징은 노화방지란 말로 번역된다. 애초에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인간의 욕망이 거기에 가 있고 그 욕망을 판매하는 게 기업이어서 마치 가능한 일인 것처럼 뻔뻔하게 쓰인다. 방지를 예방(豫防)이란 말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현실에 불로초(不老草)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 말은 ‘뇌 노화방지’보다 ‘뇌 건강’이란 말로 번역되는 것이 옳겠다.
생로병사를 피할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는 만큼 노화방지란 명제는 참이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인에게 새로운 것, 예를 들어 키오스크 같은 새 기기의 사용법을 쉽게 설명해주고 그것을 사용하면 뇌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게 거짓으로 부정될 수 있는 걸까.
그 명제가 부정된다 하더라도 이 대표에게 그 일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왜? 인간이 그걸 너무나 간절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년만에야 간절한 필요를 깨달았어요”
이 대표가 2019년에 데카르트를 창업하고 데카르트 앱을 만들 때만 해도, 그가 이 앱을 만든 주체이면서도, 이 앱 사용자들이 이 앱에 대해 지금 느끼고 있는 ‘간절한 필요성’을 깨닫지는 못했다. 그때는 단지 아이템이었을 뿐이다.
이 대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게 아니라, 먼저 창업을 하기로 의사결정을 한 뒤, 나중에 아이템을 고르다 이 분야를 선택했다. 여러 지표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 콜센터에서 데카르트 회원들과 상담을 하면서 일의 선후가 뒤바뀌게 된 것이다.
“직원이 적어서 CEO인 저도 콜센터를 통한 고객 상담을 직접 했는데, 그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다보니, 아! 우리가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절한 목소리로 정말로 공손하게 한 시간 넘게 자기의 문제를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 생각해봤습니다. 데카르트가 없다면 이 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러니까 결론은 데카르트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회사구나, 그랬죠.”
■“창업은 자란 환경이 준 숙명과 같네요”
이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 분야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분야 박사나 교수가 자신의 미래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다만 학교 선배 가운데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많아 막연하게 창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다. 그게 멋진 일로 보였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생각이 바뀐 것은 군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역 특례로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으로 3년간 일하면서다. 당시 스마트폰 갤럭시의 첫 모델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 3년 동안 학교보다는 기업에서 일하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그 재미를 느끼려면 대기업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젊은 직원에겐 제한된 정보와 업무만 주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갖는 역동성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탓이다. 결국 창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 것은 멋지기는 하지만 너무 두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 생각한 게 컨설팅 회사다. 병역특례를 끝낸 뒤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들어가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기업을 배우고자 한 것이다. 물론 기업을 배우는 이유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돌다리도 두드리며 창업을 한 것이다.
■“산책하듯 뇌건강 활동 하도록 도와드립니다”
“데카르트는 몸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하듯이 국내 50대 이상 절반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즐겁게 ‘경도인지장애’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고 해도, 산책이나 등산이 몸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듯,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겨지는 걸 모은 게 데카르트입니다.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이 내놓은 뇌 건강 6단계에 포함된 신체활동, 사회활동, 지적인 자극, 마인드풀니스, 수명 등의 영역에서 뇌 건강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죠.”
인간의 뇌 건강을 말하면서 이를 시장으로 여긴다면 어떤 이들에겐 너무 상업적이거나 천박한 일로 느껴질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회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를 다룰 때 그런 딜레마가 있다. 문제의 보편성을 감안할 때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의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비효율적이거나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함으로써 문제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경우도 많다. 도리어 민간이 참여할 때 오히려 그 문제가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 가운데는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도 많은 셈이다.
이 대표는 그 점에서 뇌 건강 문제에도 기업의 역할이 적잖다고 보는 것이다.
■챗GPT와 데카르트가 뇌를 돕는 방식의 차이
챗GPT나 데카르트는 인간의 뇌 때문에 생긴 비즈니스다. 결국은 뇌를 돕자는 거다. 그런데 이 둘이 뇌를 돕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챗GPT는 과거에는 인간의 뇌가 직접 했어야 할 일을 대신 해주는 방식으로 돕는다. 그래서 한때 그 전신들을 ‘인공지능 비서’라고 부르는 게 유행이었다. 이 경우에 뇌가 편안해서 더 행복해질지, 안 써서 더 퇴보할지, 어느 쪽일지는 모르겠다. 그 어느 쪽을 주장하든 주장하는 그 사람은 그 주장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거다.
데카르트는 너무 오래 쓰다 보니 어떤 이유로든 퇴화된 뇌에게 ‘아니야, 넌 아직 할 수 있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 네가 할 수 있는 게 많아.’ 하는 방식으로 돕는다. 챗GPT를 만능 비서에 비유할 수 있다면, 데카르트는 무엇에 비유해야 할까. 그것을 무엇에 비유하든 그것은 반드시 ‘삶의 동반자’란 이미지를 갖는 것이어야 할 거다. 비서는 꼭 그렇다고 볼 수 없다. 드물지만 좋은 비서는 영원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비서는 나중에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대표는 콜센터에서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만든 이 동반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신은 인간을 만들어놓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아는지 모르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그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다.
■“투자 유치 성공으로 스케일업 준비중입니다”
이 대표는 “데카르트는 현재 직원 10명의 작은 회사지만, 앱 데카르트에 대한 고객 반응 테스트 결과 대중화를 해도 충분할 시기로 판단 됐다”고 설명했다. 데카르트는 지금까지 유료 고객 2~3천명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여러 평가로 서비스의 타당성이 검증된 셈입니다. 이제 규모를 키워야 할 때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 작년 말에 투자도 유치했구요. 데카르트가 생각하고 배우고 운동하고 먹는 것에 관한 50대 이상의 동반자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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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데카르트가 400년 전에 진리에 접근하는 새 길을 제시했다면 주식회사 데카르트는 동반자에 관한 새 길을 제시하게 되는 걸까.
덧붙이는 말씀: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소개한 사람은 명함 관리 앱 기업 리멤버의 최재호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