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장벽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원리원칙 우선, 공공이익 활용 입증해야"

금융입력 :2023/02/16 13:19

보험업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 사이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이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보험업권에선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건보 측은 원리원칙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핵심사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접목해 보험 소외계층을 위한 보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하지만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보험사는 상품개발시 호주 등 해외자료를 이용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실정에 알맞는 건강보장 모델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픽사베이)

공공의료데이터, 도대체 뭐길래?

공공의료데이터는 국민들이 진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말한다. 건보가 약 3조4천억건, 심사평가원이 약 3조건을 보유하고 있는데 데이터 질은 선자가 훨씬 좋다는 평가가 있다.

건보 측은 “공공의료데이터는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연구목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다”며 “보험사에게 공공의료 데이터를 특별히 다른 절차로 제공하는 게 아닌, 모든 연구자들에게 동일한 절차로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결합개방부 담당자는 “절차상으로는 데이터를 요청자에게 무조건 제공을 하는 게 아닌, 폐쇄형 분석센터에서 클라우드형식으로 접속하는 식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계획서와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승인서를 홈페이지에 업로드 하면 2주에 한번씩 심의 의원회를 개최하고 심의가 통과가 되면 해당 자료를 추출하고 각 클라우드에 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연구 결과물을 클라우드에 등록함으로써 연구성과를 입증받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어려워”

2020년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으로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보험업계의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혐연구원 박희우 연구위원은 “보험업계는 공공의료데이터의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공공의료데이터에 대한 실질적 활용 성과는 미흡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9월 건보 측은 보험사의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을 불허했고, 지난해부터 아예 보험사의 신규 신청 건에 대해 심의를 보류 중이다.

보헙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가명정보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싶어도 제한적”이라며 “데이터 열람을 위한 기간도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활용 목적을 장황하게 설명해야 소량의 데이터 열람을 받을까 말까”라며 “이 상태로는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사업은 물론 시너지 창출이 사실상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원리원칙’ 우선이라는 건보

건강관리공단 결합개방부 담당자는 “연간 1천500건 이상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요청이 있는데 99%는 승인된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보험사에서 제출한 계획서를 심의하다가 미승인한 전력이 있는데 당시 연구계획서가 미비했고 연구로써 활용을 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학술지나 보고서 작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미승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합개방부 담당자는 “2022년 초 다시 재신청을 받았을 때는 우리 측 심의위원회에서 국민 이익 침해 의견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의료데이터가 국민이익을 침해하면 안되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동연구를 해야 하고 목적 외로 활용되는 건 안된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본사

의료계·시민단체 “보험사 활용 결사반대”

민간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를 가져가서 연구하는게 국민이익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아직 첨예한 대립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 7월 삼성생명, KB생명,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사가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획득했을 때도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보험업계의 공공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반대했다.

의료계에선 “공공의료데이터를 풀어주면 보험사가 공공 목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 의료보험상품 개발 등 영리 목적을 추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는 “민간보험사들이 가능성 낮은 질환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가능성 높은 질환은 가입을 거절하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공보험·민간보험 상호보완 어렵다”는 목소리도

애초에 공보험과 민간보험가 다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보험인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은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며 “서로 보완적이지 않아 악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는 소득수준에 따라 보장을 차별화하지만 민간보험은 수익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특정 보험 가입 상품 가입을 충분히 거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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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8일 건보 측은 공공의료 데이터 보험사 개방에 관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건보 측은 이 자리에서 “정보 주체의 이익 침해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 정리가 아직 안 됐다”며 “아직 보험사로 공공의료 데이터를 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