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도 은행의 과점 체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은행업계가 금융당국의 후속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야한다며 금융당국에 추가 라이선스 발급 등 경쟁 체제로 가기 위한 검토를 지시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방안은 다양한 금융소비자 특성에 맞춰 은행업 인가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은행업 안팎에서는 라이선스 추가 발급이 금융소비자에게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업의 기본이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수신) 이를 토대로 대출(여신)하는 구조인데, 출범 초기부터 은행이 이를 갖추긴 힘들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흑자 전환까지 4~5년의 시일이 들었다. 이 기간 중 카카오뱅크도 인가 목적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인색했다. 예대 비율 규제를 지키기 위해선 일단 몸집을 키워야한다는 점도 신생 은행이, 국내 원화 대출 시장의 67%를 차지한 5대 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구조를 깨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세분화한 은행업 인가(스몰 라이선스)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나온 이야기라는 점을 들며, 윤석열 정부가 금산분리 빗장을 더욱 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다.
박근혜 집권 시기에 은행업의 경쟁도를 키워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비금융) 자본이 34%까지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보유 지분 한도를 늘린 사례가 있다.
초창기 리테일(소매금융)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금이 필요한데, 이 같은 자본금을 태울 수 있는 곳이 대기업으로 한정된다면 금산분리 완화 규제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융소비자 돈을 보관하고 대출해야 하는 은행에 인가를 내주면서 자본금 규제를 확 낮출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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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반응이다. 예금과 대출 금리의 공시 채널을 더 확대하고, 대환 대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환 대출 플랫폼은 국내 은행들의 반발로 2021년부터 금융위원회가 추진해왔으나 진척이 크게 없다. 현재도 논의 중이지만 시중은행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