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세액공제안이 국회서 통과돼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입력 :2023/02/15 16:17    수정: 2023/03/03 15:45

반도체특별법의 투자세액공제 확대안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갑론을박이다.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시설투자 유치를 끌어내기 위해 일찍감치 파격적인 세금혜택과 보조금을 내걸고 독려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 정치인들은 '대기업 특혜'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시간만 허비하는 듯해 안타깝다.

당초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은 작년 12월 국회에서 한 차례 통과된 바 있다. 당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 수준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경쟁국에 비해 세제혜택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기획재정부가 선진국 수준으로 공제율을 상향한 개정안(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을 만들어 이번에 국회에 다시 상정한 것이다. 50여일만에 개정안을 만들어 다시 논의하자고 한 것은 그만큼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에 엄습해 오고 있는 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제조 공정 모습. 사진=삼성전자

우리와 맞서고 있는 대만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이 1천841억달러로 전년대비 18.4% 증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1% 증가한 1천292억달러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가운데 우리 반도체 수출과 성장이 날로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59.1%로 세계 1위다. 하지만 이보다 시장이 두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고작 2% 수준이다. 눈을 돌려 관련 소재부품 장비와 후공정(OSAT) 산업 등 전체 반도체 생태계로 보면 한국의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밝다고만 볼 수 없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을 더 끌어내고 더 많은 기업들을 유치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것이 반도체특별법을 하루 속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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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사진=SK하이닉스)

우리나라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 관련 기업은 1천400여개가 넘는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대기업 설비투자의 약 20%가 국내 장비 중소 중견기업 매출과도 직결된다. 소재부품 기업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와 같다. 대기업 세금 깎아 준다는 소아병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어느 특정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전된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회의 합의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제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시설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장 세수 감소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먼 안목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5년 10년 뒤 우리 반도체 산업이 경쟁에서 뒤쳐져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누가 대한민국의 수출과 재정을 책임지겠는가. 반도체 산업은 시간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