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흥인지문의 장소성과 역사적 가치를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전시 '장소의 순환(Circulation of Placeness)'이 동대문 DDP에서 열렸다. 전시는 지난 1일 개막하여 6월 30일까지 DDP 상설 미디어아트 전시장인 '미디어아트갤러리’와 투명 OLED '미디어 월’에서 5팀의 미디어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라이트 DDP'의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육성 사업으로 한양도성(서울성곽의 사대문과 사소문)부터 훈련도감,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DDP까지 동대문(흥인지문)이라는 장소에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온 이야기를 차세대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한양도성의 축조 때부터 서울의 역사문화 중심지였던 동대문은 역사의 흐름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조선의 도읍 한성을 방어하던 한양도성과 정예군을 양성하던 훈련도감, 광복 이후 수많은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배출한 동대문운동장, 한국적 빈티지의 모든 것을 사고파는 풍물시장, K-패션의 상징인 패션 상권 그리고 문화예술 디자인 중심지 DDP까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과거-현재-미래가 순환하고 있는 '동대문'이라는 장소성을 디자인, 건축적 관점에서 해석해 프로젝션맵핑과 3D 디지털 아트로 표현했다. 심규하ㆍ김재 작가가 미디어아트갤러리에서 각각 프로젝션맵핑과 사운드아트의 여정을 선보였다. 함지원ㆍ수퍼노멀ㆍ스튜디오아텍 작가는 투명 미디어 월에서 3D 디지털 아트로 동대문이라는 장소성을 작가적 해석으로 각기 선보였다.
미디어아트갤러리에는 입체물 표면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입히는 기술인 프로젝션맵핑과 음향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인 두 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된다. 첫 번째 작품인 '그래픽 프로시저(작가 심규하)'는 조형 요소를 이용해 장소성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한양도성과 DDP를 기반으로 생성된 글자, 색깔, 형상이 규칙과 불규칙을 동반한 가변 된 형태로 계속해 나타난다. 두 번째 작품 '한 점에서 빛으로 퍼지기까지(작가 김재)'는 과거, 현재, 미래는 연속적이면서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연속성을 점에서 시작해 지형으로 변화되다 사라지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8개의 대형 패널이 하나로 연결된 투명 OLED 미디어 월에서는 세 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작품 '여행자(작가 슈퍼노멀)'는 한양도성과 동대문의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 여행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미디어아트에 담았다. '빛의 여정(작가 함지원)'은 빛의 조각들이 모이고 흩어지면서 한양도성, 풍물시장 등 과거 훼손된 것들을 재현했다.
마지막 작품 '시간의 지층(작가 스튜디오 아텍)'은 옛 동대문 지형을 나타낸 평면 지도가 해체되면서 시간의 축적을 담은 3D 애니메이션 지도로 변하는 작품. 거대 입체 지도는 나비 날갯짓과 같은 움직임을 하고 있다. 작가는 패션, 교통, 시장 등 작은 요소들이 모여 동대문 문화가 형성된 것을 나비 효과에 빗대어 표현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차세대 미디어아티스트 육성 사업은 서울디자인재단이 매년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전시 사업이다. 김나리 서울디자인재단 전시2팀장은 "DDP 미디어아트 전시는 관람객에게 차세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지속해 선보이고, 이를 보완·수정해 가면서 국내 미디어아트 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0‧30세대에게 미디어아트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지난해 겨울, 3년 만에 '서울라이트 DDP'를 대규모로 개최한 바 있다. '무한함의 경계를 넘어 우주적 삶을 그리다'를 주제로 서울의 밤을 환상적 빛으로 수놓았다. 서울라이트 DDP는 기록적 한파 속에도 온오프라인 50만 명 이상이 관람하고, 시민만족도 97%를 기록하는 등 서울 야간관광의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라이트 DDP는 국내를 대표하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주'라는 미래지향적인 주제를 가지고 수준 높은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또, 코로나로 문화생활에 목말랐던 서울 시민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수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라이트 기간 DDP를 방문해 세계적 빛 축제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윤희 서울디자인재단 전시사업실장은 "지난해 DDP 외벽을 미디어파사드로 선보였던 서울라이트는 우주 여행기를 그린 작가들의 창의적 작품들을 통해 감동적 스토리를 선보이며 관람객을 사로잡았고, 크리스마스 콘텐츠는 따뜻함과 위로를 선사했다"며 "서울라이트는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보내준 의견을 반영하여 작품 상영시간 연장, 관람 인원 확대, 개최 시기 조정 등 관람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검토해 2023년에는 더욱더 안전하면서도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DDP가 미디어아트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라이트 DDP는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투사면 220m에서 2m를 확장, 세계 최장 길이인 222m로 작품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작품의 완벽한 몰입을 위해 프로젝션맵핑을 북문 쪽 DDP 외벽의 곡면 2미터를 연장했다. 정면에서 관람하면 빛으로 완벽하게 둘러싸인 DDP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인공지능(AI),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메타버스까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문화예술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급격하게 맞이하고 있다. 최신의 첨단기술과 융합해 이미 '아트&테크놀로지'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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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놀로지의 결정체가 미디어아트다. 무한한 상상력의 매체예술. 미디어아트는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서울 야경의 시그니처쇼로 자리매김한 서울라이트 DDP, 차세대 미디어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전시 사업 추진까지. 서울디자인재단의 미디어아트를 통한 야간명소화 프로젝트. 다음 스텝을 주목한다.
글 = 이창근 ICT Columnist, 헤리티지랩 디렉터‧예술경영학박사(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