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투자 없이 韓 시스템반도체 미래 없다"

[인터뷰] 한국전산학박사 1호 문송천 KAIST 교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2/10 13:57    수정: 2023/02/10 16:35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성장하려면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키워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에 이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강화한다면 현재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문송천 KAIST 전산학과 및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하드웨어에만 매몰돼서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IT 산업에서 반도체는 40%를 차지하고, 소프트웨어는 그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라며 "소프트웨어를 키우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송천 KAIST 전산학과 및 경영대학원 교수(사진=지디넷코리아)

문송천 교수는 KAIST를 졸업 후, 슈퍼컴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1981년 전산학박사를 취득한 '국가전산학박사 1호'다. 24세부터 KAIST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전산학과 및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블록체인SW엔진'을 세계 5번째로 개발했고, 'DB엔진'을 아시아 최초로 개발하는 공적을 남겼다. 

현재 문 교수는 유럽IT학회 아시아대표이사로 활동하며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다음은 문송천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Q. 반도체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어떤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에서 한국 점유율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시장에서는 1~2% 수준으로 미비하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성장하려면 인텔이 앞서간 길을 면밀히 분석하고, 반도체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반도체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은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과 다른 개념이다.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이 공급하는 EDA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조 자동화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라면, 반도체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은 OS(운영체제)를 뜻한다. 인텔은 반도체 내장 소프트웨어 기술을 잘 구축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텔의 CPU는 독자 개발한 미닉스 OS를 사용한다. 그 밖에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독일 인피니언 등 시스템반도체 업체들도 독자 임베디드 OS를 사용해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외부에서 OS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도약하려면 소프트웨어 투자를 강화해서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Q. 한국은 소프트웨어 후발국이다. 미국이 이미 관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한국이 도전할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패배주의라고 본다. 승산이 없다는 판단으로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애플 등 미국 기업이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9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고작 0.8% 점유율을 갖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 일본, 대만 보다도 뒤처진 수준이다. 이것이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내세우는 우리의 성적표다. 이제라도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OS) 윈도우의 다음 버전을 개발하는 기간은 약 1년 6개월이 소요되고, 3천명의 프로그래머가 투입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OS 개발에 뛰어든다면, 전세계에서 1급 프로그래머를 채용해서 1년 만에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0조원도 안 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최근 삼성은 반도체 뿐 아니라 바이오 등에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것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OS를 만들 수 있다. OS는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운영체제를 개발할 정도의 소프트웨어 인력풀을 확보하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메모리를 잘 만드니까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OS를 만드는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노력해야 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Q. 소프트웨어 기술은 삼성의 반도체뿐 아니라 우리 IT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 반도체 분야 외에 스마트폰, 가전, IT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자체 OS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독자 iOS를 사용하며 생태계를 확보한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에 독자 개발한 타이젠 OS를 적용했지만, 결국 점유율 위해서 구글 웨어OS와 통합을 선택했다. 일례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최첨단 드론쇼 '슈팅 스타'를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은 지난 20년간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주력해 '블록체인'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도 변화가 필요하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메모리 반도체에 도전해 1등을 키우고,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스마트폰을 성공시켰듯이, 앞으로 이재용 회장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면 삼성전자는 전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Q. 소프트웨어 기술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해야하는 점은? 

"정부의 역할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업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독려해야 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하드웨어에서는 반도체만 집중 투자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상위 기술에만 매몰돼 있어서 안타깝다. 인공지능(AI)은 DB엔진과 설계 기술이 밑바탕 되어야 하는 기술이다. 지금이라도 DB엔진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의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도 절실하다. 인재들이 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한국에 만들어져야 한다. 카이스트에서 매년 인재들이 배출되지만, 졸업 후 한국에 취업할 기업이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 미국으로 건너가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유다. 우스갯소리로 '코딩을 제일 잘하는 놈들은 다 미국에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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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소프트웨어 분야인 마이크로소프트, IBM, 애플, 오라클 등의 연간 실적은 평균 15% 상승한데 반해 하드웨어인 삼성, 인텔은 평균 50% 하락했다. 이것이 소프트웨어를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결정적 증거 수치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기술의 원천인 DB의 중요성을 깨닫고 소프트웨어 기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