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등록금을 올리기로 한 대학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고물가, 고금리를 이유로 등록금 동결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차관도 이례적으로 국가장학금 연간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교육부가 최근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다만, 기존의 국가장학금 규제의 등록금 인상 억제 효과가 고물가로 예년보다 떨어졌음은 인정하면서도 인상을 막기 위한 추가 제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 부총리는 8일 오전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며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해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여 주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간 국가장학금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정책 브리핑을 직접 열었는데 이 또한 흔치 않은 일이다.
교육부는 매년 1~2월 연간 국가장학금 계획을 발표했지만, 고위 공무원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는 일은 현 제도 도입 첫 해였던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장 차관은 이날 이례적인 브리핑 개최의 이유를 묻는 말에 "전체적인 측면에서 등록금 동결 인하 기조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정책 의지, 명확한 설명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신학기를 앞둔 대학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고 1학기 등록금 인상·동결·인하 여부를 정하는데, 최근 교육대학과 부산 동아대 등 일부 대학에서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곳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심위를 아직 마치지 않은 곳이 많지만 30여개 대학이 올해 1학기 학부 등록금을 인상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5일 교육부 출입기자단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 총장 5명 중 2명 가량이 '내년쯤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4년제 일반대 총장 114명이 응답, 가장 많은 45명(39.5%)이 이같이 답변했다. 당장 올해 1학기 인상 뜻을 밝힌 총장도 10명(8.8%)이었다.
이처럼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가 잇따르는 현상은 2012년 국가장학금 Ⅱ 유형 사업이 마련된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이 사업은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고 학생 1인당 교내 장학금을 확충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이 부총리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던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집회를 계기로 도입됐다.
불참 시 국고 지원금을 받지 못하므로 현행법에 따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높일 수 있음에도 대학들이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규제로 작동했다.
지난해 4월 교육부의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일반대 194개교 중 6개교, 전문대 133개교 중 15개교로 총 21개교에 그쳤다.
최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들 사이에서는 국가장학금을 받는 것보다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온다.
원인으로는 고물가로 인한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 확대가 꼽힌다. 교육부가 인용한 지난해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1%다. 2021년 2.5%, 2020년 0.5%를 반영한 올해 인상률 상한선은 4.05%다. 전년도 1.65%보다 크게 뛰었다.
장 차관도 이런 상황에 "국가장학금 Ⅱ 유형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길게는 14년 동안 동결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가 가팔라지면서 등록금에 자금수입 절반 이상(2021년 53.5%)을 의존하는 사립대학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올해 1학기 학부 등록금 3.95% 인상을 결정한 동아대 이해우 총장은 "(인상으로) 50억원 정도 여유자금이 생겨 20억원 정도인 국가장학금 Ⅱ 유형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재정당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을 고려하면 일각에서는 내년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이 5%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학 총장들의 설문 결과처럼 내년도에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려 10여년 넘게 작동해 왔던 동결 기조가 끝나는 것은 막겠다는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등록금 인상을 막거나 동결, 인하를 유도하는 추가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혀 대학들이 동참해 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올해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 총액도 전년도와 동일한 3800억원 규모다.
지난 2020년 사립대 총장들이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내는 등 행동에 나섰을 때, 당시 문재인 정부 교육부는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압박에 들어갔고 대학들은 결국 국가장학금 규제 일부를 완화하는 조건에서 물러섰던 바 있다.
장 차관은 "(등록금 인상 시 재정지원사업 불이익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국가장학금 Ⅱ유형 외에 다른 사업에서 인센티브(유도)나 페널티(불이익)을 연계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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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존에 발표한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와 국가장학금 Ⅱ유형 연계(규제)는 변함이 없다"며 "대학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재정을 확충하고 자율성을 높이며, 어려운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계획을 통해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