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내리는 이른바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위치도 달라졌다. 집주인에 대한 면접을 보는가 하면, 매물 홍보 과정에서 임대인의 직업 공개가 이뤄지기도 한다. 임차인이 전세금 대출 이자를 지원받는 경우도 예삿일이 됐다.
5일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인천시 서구 당하동 A아파트 전세매물 설명란에는 '전세대출 가능합니다. 임대인 대기업 다녀요'라는 글이 적혀있다.
해당 물건은 시세 대비 30% 미만 정도의 융자가 있는 매물인데, 최근 역전세난과 빌라왕 등 전세사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이러한 정보를 명시했다고 한다.
해당 매물을 등록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역전세난 우려와 빌라왕 때문에 보증금 반환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냐"며 "임대인이 대기업을 다니니 융자가 일부 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 임대인의 직업 정보를 기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호가도 지난달 거래가 보다 낮추고 이러한 정보까지 제공했지만 찾는 수요자는 드물다고 한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는 별별 혜택이 등장하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전세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내부 수리는 기본이고, 계약만 하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가방을 주겠다는 집주인도 있다. 앞으로 재계약 시 보증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특약을 넣기도 한다.
집주인에게 임차인이 월세를 받기도 한다. 기존 세입자들에게 하락분만큼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을 때 해당 금액의 이자를 대신 지급하는 것이다.
임차인들의 요구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집주인의 반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면접을 진행하기도 하고, 전세권설정등기를 조건으로 거는 경우도 많다. 전세권설정등기는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해 그동안 세입자가 이를 요구하기는 어려웠으나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울지역 전세권설정 건수는 지난해 10월 604건에서 11월 648건, 12월에는 804건으로 3개월 연속 늘었다.
노원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임차인들도 깐깐하게 요구한다"며 "재직증명서를 보여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전세권설정등기를 조건으로 거는 임차인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전세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과도했던 전세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동안 서민대출이라고 해서 조건을 크게 보지도 않고 대출을 해줬다"며 "그게 지금의 피해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세금체납이 있는 임대인은 임대를 해줘선 안되듯이 임차인도 이자납부 능력이 떨어지는데 무작정 대출을 내줘선 안된다"고 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도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많이 활용됐다”며 “지금부터라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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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출 자체를 관리하기 보다는 근본적 원인인 공급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다"며 "전세대출을 줄이기 보다는 선택을 하게 하면 된다. 지금의 문제는 사실 공급의 부족으로 발생한 일인 만큼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