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에 둘째 날에도 구름 인파가 몰렸다.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보려고 찾아온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전시장마다 몰려든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통로 곳곳은 줄 지어 가는 사람들로 막혀 잠시 정체되기도 했다.
반도체 칩 생산 회사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450개사가 상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하는 세미콘 코리아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비대면 행사로 이어오다가 올해 다시 전시장과 강연장 문을 열었다.
1층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 업체 세메스와 원익IPS가 관람객을 맞았다. 관계회사 삼성전자와 또 다른 고객사 SK하이닉스 관계자가 세메스 전시장을 메웠다. 이용한 원익 회장은 SEMI 국제이사회 일원으로서 전날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한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 관계자는 “여러 고객사에서 버스를 대절해 수백명씩 왔더라”며 “우리 전시장에만 1시간에 300명 넘게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에스시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용 테스트 소켓과 대규격 패키징 소켓을 공개했다. DDR5는 대용량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전력 사용량이 적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꼽힌다. 대규격 패키징 소켓은 크기가 큰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시험할 수 있는 제품이다.
3층으로 올라가니 동진쎄미켐이 참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안내판을 전시장 벽에 걸어뒀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쓰는 특수 가스를 가져올 수는 없어서다. 동진쎄미켐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용 감광액(PR·포토레지스트)을 소개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실리콘 기판(Wafer·웨이퍼) 위에 전자 회로를 그리는 데 쓰는 감광액이다. 빛이 닿거나 닿지 않은 부분만 남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SEMI 국제이사회 이사인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 역시 전날 개막식에서 행사 시작을 알리는 리본을 자른 뒤 전시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독일 소재 회사 머크의 한국지사는 반도체 특수 가스 공급 장치를 모형으로 가져왔다. 푸른 불빛이 반짝이며 가스가 옮겨가는 경로를 나타냈다.
주성엔지니어링과 신성이엔지도 장비 모형을 선보였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웨이퍼 위에 막을 입히는 원자층증착장비(ALD) ‘가이던스’를 본떴다. 신성이엔지는 기류 방향 표시기를 작게 만들어왔다. 클린룸에서 공기가 바른 방향으로 흐르면 초록색, 틀린 쪽으로 가면 빨간색이 표시됐다. 신성이엔지 휴대용 미립자 감시 장비는 손전등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제품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다른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관계자는 “고객사 관계자들이 주로 와서 신제품 개발 현황을 물어봤다”며 “내가 15년째 세미콘 코리아에서 고객을 만나면서 이번에 가장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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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전시장에는 학생이 특히 많았다. 장비 작동 원리를 직접 설명하는 현직 기술자 앞에 모여들었다. 한 대학생은 “ASML 얘기는 무조건 들어야 한다”며 지나갔다.
SEMI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보다 관람객이 많이 왔다”며 “사전 등록만 3만명으로, 마지막 날까지 6만명 넘게 입장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