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피해 없이 적 드론만 꼭 집어 떨어뜨린다

KAIST, 전자파 주입 기반 안티 드론 기술 개발

과학입력 :2023/01/31 11:24    수정: 2023/01/31 11:27

지난 연말 북한의 드론 5대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 서울 상공까지 왔다 돌아갔다. 우리 군은 드론을 탐지는 했지만, 격추하지는 못 했다.

드론은 크기가 작고 비행 고도가 낮아 탐지가 쉽지 않다. 민간인 거주 지역에선 사격해 격추시키기도 부담스럽다. 광대역 전자기파를 이용해 드론을 마비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주변 전기전자 장비가 함께 피해를 입는다는 문제가 있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목표로 하는 드론만 핀셋처럼 꼭 집어서 무력화하는 전자기파 기반 안티 드론 기술이 나왔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용대 교수 연구팀이 도심에서 사용 가능한 협대역 전자기파를 원격에서 드론 회로에 주입, 드론을 즉각적으로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제조사마다 드론의 제어 회로가 반응하는 고유의 전자파가 있다는 사실을 응용, 이 전자파를 주입해 드론의 센서와 제어 회로 사이의 통신을 방해하는 원리다. 달팽이관에서 뇌로 연결되는 신경망을 잠시 막으면 사람이 평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드론 구동 제어 회로에 전자파를 주입할 때 민감도가 제조사마다 다르다는 것을 발견, 각 제조사별로 민감도를 극대화한 주파수를 파악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매우 좁은 대역의 협대역전자파를 주입하더라도 원격에서 드론을 즉각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드론 무력화 기술 원리. 통신 채널 왜곡은 IMU의 전체 센서 데이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이 데이터는 자세제어 그리고 로터명령의 심각한 발산을 야기하며, 추락을 야기한다. (자료=KAIST)

드론의 관성 계측 장치(IMU)는 다양한 센서값들을 제어 유닛 보드에 전달을 한다. 제어 유닛 보드는 이 센서값들을 제어 알고리즘에 적용해 다음 번 드론의 움직임, 즉 로터의 회전 수나 드론의 자세를 계산한다. 관성 계측 장치와 제어 유닛 보드 간의 통신을 방해하면 제대로된 센서값을 받을 수 없어 다음 번 드론의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전자파 간섭(EMI) 취약점을 갖는 제어 유닛 보드에 전자파를 주입, 이들 장치 간 통신을 방해했다.

주변 전자 장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도심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같은 제어 유닛 보드를 사용하는 드론들을 이용한 군집 드론 공격이 있을 때, 이들 드론을 동시에 추락시킬 수 있다. A 기종을 사용하는 100개의 적 드론과 B 기종을 사용하는 100개의 아군 드론이 동시에 비행할 때 아군 드론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100개의 적 드론을 모두 격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실내 전자파 차폐 시설을 이용해 10m 거리에서 호버링 비행 중인 드론을 즉각 추락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10m 이상의 거리에 대해선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드론 무력화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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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드론 무력화 기술 (자료=KAIST)

공동 제1저자인 장준하 연구원은 "고도화 연구를 통해 자폭 드론, 집단 드론 공격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대 교수는 "원천 연구가 이제 끝난 시점이고 실용화 연구를 통해 실제 제품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추가로 제어 유닛 보드와 IMU 센서 간의 통신 회로 뿐 아니라 다른 회로의 취약점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