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네트워크 무임승차 막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됐다. 세계 곳곳에서 불공정한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시장법, 디지털서비스법에 이어 빅테크 규제에 속도를 내는 EU의 움직임과 파장이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내달 10일 기가비트 인프라 법안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EC가 법안 초안을 공개하는 것은 국내의 입법예고 절차와 비슷한 형태다.
지난 2014년 제정된 광대역 비용 절감 지침(BCRD)을 개정하는 것으로, 기가비트 인프라 법안은 물리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공동 사용을 촉진하고 새로운 인프라의 효율적 배치를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초안을 확인한 유락티브(EURACTIV)에 따르면 법안 초안에는 구체적으로 BCRD에서 정해진 통신설비 접근 제공 의무를 비롯해 공공 소유 인프라에 대한 접근권한 확대, 유선 광 인프라 배치 권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합리적인 접근 요청은 가격을 포함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약관에 따라 충족돼야 하고 EU 회원국들은 이와 같은 네트워크 접근 요청을 조정하고 접근 조건에 대한 법적 조언을 제공하는 기구를 설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즉, 망 접속료를 비롯해 망 이용대가(surcharge) 논의 구조 틀을 갖겠다는 뜻이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국내와 비교해 EU 국가 역시 법안 필요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의 불공정한 네트워크 사용에 세계 각국이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EU의 행보는 다른 국가보다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통신사들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대규모의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는 터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내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23에서도 EC의 기가비트 인프라 법안은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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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개된 MWC 컨퍼런스 첫 키노트 주제가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정해졌고 유럽 현지 통신사들이 망 이용대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키노트 세션의 연사로는 MWC 주최 측인 GSMA 사무총장과 함께 텔레포니카, 오렌지 등 유럽 지역의 통신사 CEO가 나설 예정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공정 논의가 한국뿐만 아니라 EU가 가세한 글로벌 연대 논의로 발전하게 됐다”며 “구글은 미국 자국 내에서도 디지털 광고 독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최근 5G를 상용화한 인도에서도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EU의 공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