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영국의 거장 SF 소설가 아서 클라크가 한 말이다. 일상을 마법처럼 편안하게 만들어줄 기술을 만들 수 있을까? 마치 책이 저절로 날아 올라 서가에 꽂히는 영화 '해리 포터' 속 도서관이나, 마녀의 저주에 걸려 살아있는 찻주전자나 탁상시계가 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속 하인들처럼 말이다.
아직 마법과는 거리가 멀지만, 일상의 사물들이 사람의 필요를 감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소셜 로봇 시스템이 제안됐다.
19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홍릉 본원에서 지능로봇연구단 곽소나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소셜 로봇 '콜래봇'을 공개했다. 도서관처럼 꾸며진 공간 속 서가와 책상, 스툴이 바로 로봇들이다.
어린이가 모바일 앱으로 원하는 책을 검색하며 도서관에 들어서면, 입구의 센서가 어린이의 키를 감지한다. 책이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꽂혀 있을 경우 근처의 스툴이 스스로 서가 근처로 와 발판처럼 딛고 설 수 있다.
사용자가 찾는 책 가까이 오면 서가가 자동으로 앞으로 나오며 쉽게 책을 꺼낼 수 있게 한다. 책을 여러 권 꺼내 들면 손이 모자랄 것으로 판단, 스툴이 다가와 이번엔 카트 역할을 해 준다.
사용자 휴대폰, 출입문, 로보틱 책장, 로보틱 의자가 서로 연결돼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상황 맥락에 맞춰 기능을 바꿔가며 맟춤형 서비스까지 할 수 있다.
로보틱 탁자는 앉아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악해 찻주전자를 연장자 앞에 먼저 갔다 놓기도 한다. 탁자 밑에 자석과 이동 장치가 설치돼 있어 잔을 적절한 위치에 자동으로 옮겨놓는다. 곽소나 박사는 "향후 참석자들의 발화를 분석, 존대어 사용 여부나 목소리 톤에서 나타나는 연령대 등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래봇은 작년 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국제 소셜로봇 학술대회(ICSR 2022)의 일환으로 개최된 로봇디자인 대회에서 '하드웨어, 디자인, 인터페이스'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 소셜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의 인간 협업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중점을 둔 데 반해, KIST 연구진은 다수의 로보틱 제품들이 인식한 정보를 통합해 맥락을 파악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곽 박사는 "인간을 닮아 소비자로 하여금 높은 기대치를 품게 하지만 실제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하나의 기능에만 특화돼 상황에 맞는 복합 서비스에 한계가 있는 기존 로보틱 제품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엑스오비스, '예술가 로봇' CES서 공개2022.12.27
- 美 샌프란시스코 경찰, 시 위원회에 '로봇 무력' 사용 허가 청원2022.11.24
- "로봇에게 웃음 가르쳐라"…웃으며 말하는 AI 로봇 등장2022.09.20
- 어디에 쓰일까? 챗GPT 비즈니스 활용 전망2022.12.30
KIST 강다현 박사는 "이 연구에서 제안하는 다수의 로보틱 제품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로보틱 시스템은 기존 사물인터넷(IoT)에 로봇 기술을 적용, 물리적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라며 "다양한 경로를 통한 상황 맥락 인식 및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사물인터넷(Internet of Robotic Things) 기반 초연결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 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줌으로써 새로운 로봇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이 연구는 KIST 주요사업과 KIST 기술융합지원센터 기술지원 프로그램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