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손을 내밀던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나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분노에 손절에 나섰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의 "해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다" 발언 파장에 거리두기에 나섰고, 윤 의원은 직접 나 전 의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의 당심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등 고립무원에 처한 모양새다.
19일 뉴시스 취재 종합결과,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간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사임하자 대통령실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직까지 모두 해임조치하며 불만을 드러낸 상태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이 해임과 관련해, ‘대통령의 본의’를 운운하는 발언을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나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해임된 것을 두고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며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 주류에선 나 전 의원의 발언은 진의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부족해 참모들의 손에 놀아난다'는 식으로 대통령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명된 뒤 처음으로 본인 명의의 공지를 통해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이 직접 비판에 나섰다는 것은 나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관측이다.
'수도권 당대표론'을 내세우며 나 전 의원과 반(反)김기현 연대를 구축하려던 안철수·윤상현 의원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아무런 마찰이 없을 때에 안 의원과 윤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친윤계 의원들을 되려 지적하며 '나 전 의원 감싸기'에 나섰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이라고 비판하는 친윤계 장제원 의원을 향해 "진박(진짜 친박계) 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이번 선거에 재연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화합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오히려 불신과 비방,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책임이 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내 일부 호소인들은 깊이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과 윤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해 친윤계에 거부감이 있는 당심을 끌어모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대통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면서 이들의 옹호도 멈추는 모양새다. 더 나아가 결국 대통령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은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 전 의원 관련 입장을 낸 것을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사안에 대해, 어떤 사실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하게 알리고자 그런 의도로 한 것 같다"고 대통령실 입장을 두둔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입장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나 전 의원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은 본인에 대한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하며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말이 없는 김대기 실장까지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서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제발 당 대표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자"며 "이는 전대에 불필요한 공정성 시비를 자초하는 것이며, 결국 당을 분열시키고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줄 뿐만 아니라 다음 총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과 연계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결국 차기 여당대표는 대통령과의 협력적인 관계가 필수인 만큼, 반윤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은 피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안 의원의 경우 당안팎의 공세가 나 전 의원에게 집중되는 상황에서 사태를 관망하려는 모양새로 해석된다.
당권주자들 외에도 국민의힘 초선의원 50명은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나 전 의원의 무기였던 높은 당심 지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대통령실의 해임조치 이후 나 전 의원에 대한 당심 지지도가 내림세를 보이며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김기현 의원에게 내줬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장기화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지지층 일부가 김 의원에게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의 지지도가 계속 하락할 경우 전당대회 출마 자체를 안 할 수도 있단 일각의 예측이 나오지만,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18일 오후 2시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불참했다. 나 전 의원측인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나 전 의원의 해임과 관련된 여러 논란을 반박했다.
박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과 관련 "나 전 의원은 해당 직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장관급 공직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당초 이 자리는 국민의힘 강모의원이 맡기로 돼있었는데 지난해 10월 대통령실 모 수석이 자리를 제안해 맡게 됐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관련기사
- [영상]1호선 막무가내 흡연 男…"신고할까?" 훈계하자 보인 반응2023.01.18
- [영상]드라이브 스루서 납치 시도...거스름돈 내민 女 팔을 '확'2023.01.18
- 메르스 공포 덮치나…UAE발 여객기 타고온 어린이 5명 의심 증세2023.01.18
- '국민 술' 맥주·막걸리 가격 오른다...맥주 세금 L당 30.5원↑2023.01.18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지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당 안팎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