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 조절해 치매 치료한다

미국 연구진, 장내미생물이 타우 단백질 등 뇌신경 손상에 미치는 영향 발견

과학입력 :2023/01/17 11:22

장내미생물을 조절해 치매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주 워싱턴대학교 의대 연구팀은 장내미생물이 알츠하이머 발병과 연관된 타우 단백질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사진설명]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이 10

타우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함께 치매 환자의 뇌에서 많이 발견되는 물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법이 많이 연구되는 가운데, 타우 단백질이 치매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알츠하이머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장내미생물 구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치매의 원인인지 혹은 결과인지, 장내미생물의 변화가 질병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확실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유전자를 조작, 알츠하이머와 비슷한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가 일어나도록 사람에게 있는 타우 단백질 변이를 발현하게 했다. 쥐는 생후 9개월이 되었을 무렵 타우 단백질이 쌓여 뇌신경 손상과 뇌 위축이 일어났다.

또 연구팀은 쥐가 사람의 APOE 유전자 변이도 갖게 했다. APOE 유전자는 치매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미노산 1-2개만 다른 APOE3 변이를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확률이 3-4배 높다.

사람 APOE 유전자를 갖도록 유전자 조작한 실험 쥐를 활용한 뇌 신경 연구 (자료=Science)

이렇게 유전자 조작한 쥐를 태어난 직후부터 무균 환경에서 키워 장내미생물을 전혀 갖지 않게 했다. 이들 쥐는 생후 40주가 되었을 때 뇌 손상이 보통 장내미생물을 가진 쥐에 비해 적게 나타났다.

일반 환경에서 키운 유전자 조작 쥐는 보통 쥐와 마찬가지로 장내미생물을 가졌다. 이들 쥐가 생후 2주 되었을 때 항생제를 주입하자 장내미생물의 구성이 완전히 변했다. 수컷 쥐의 경우 40주가 되었을 때 뇌 손상이 적게 나타났다. 특히 치매에 취약한 APEO4 변이를 가진 쥐보다 APOE3 변이를 가진 쥐들에게서 효과가 컸다. 반면 암컷 쥐에게선 항생제 투여가 뇌 신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또 연구팀은 장내미생물의 대사 활동에 의해 생기는 3종의 짧은 사슬 지방산 성분이 뇌 신경 손상에 영향을 미침을 발견했다. 이들 지방산 성분이 혈류에서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이것이 다시 어떤 경로를 통해 뇌 안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뇌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장내미생물이 없는 중년 나이의 쥐에 이들 3종의 짧은 사슬 지방산 성분을 주입하자 뇌 안의 면역세포 활성도가 높아졌고, 타우 단백질이 쌓일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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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가 항생제나 활생균, 식이요법 등을 통해 장내미생물을 조절,퇴행성 뇌질환을 예방 및 치료하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중년 시기 치매 징조가 나타나기 직전, 장내미생물 치료를 실시해 치매를 늦추거나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빗 홀츠만 워싱턴대 교수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장내미생물을 조절하면 뇌에 아무 것도 직접 주입하지 않고도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