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진짜 어려워질 겁니다. 이런 때일수록 임직원뿐 아니라, 특히 경영진의 심리적 안정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표가 중심을 잃거나 불안하면 조직에 금방 전염되기 때문이죠
디캠프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가의 정신 건강 상태는 모든 지표에서 낙제점이다. 일반 성인 대비 우울·불안·자살 유병률이 높았는데, 중간 수준 이상의 우울을 겪고 있는 창업가는 조사 대상 271명 중 88명(32.5%)으로 전국 성인 평균(18.1%) 대비 높았다. 불안 비율도 55명(20.3%)으로, 전국 성인 평균(8%)을 훨씬 웃돌았다. 창업자 10명 중 2명은 자살 위험성 고위험군에 속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관련기사 보기]
"스타트업 혹한기...임직원 복지 '웰니스'에 초점 맞춰야"
올해 스타업들은 더 어려운 ‘혹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더 심해지면서 투자 업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에 상당수 기업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긴축 재정에 나섰다. 성장이 아닌 ‘생존’에 초점을 맞춰 모든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이 때 임직원뿐 아니라 대표 등 경영진들의 심리적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게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의 설명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신적 불안감이 엄청 커졌어요. 대표들 대상으로 자문을 주다 보면 공황장애 언저리에 있는 분들이 많아요. 막연한 불안감과 회사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이죠. 이런 심리적, 정신적 문제는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고, 자각이 어려워요.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어려움을 열어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황 대표는 SK네트웍스 인사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야후코리아 인사총무부문장, 구글코리아 HR 비즈니스 파트너, 구글 본사 기술 부문 HR 비즈니스 파트너, 카카오 인사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한글과컴퓨터 사외이사직과 함께 퀀텀인사이트를 창업해 40여곳 이상의 스타트업들의 인사·경영컨설팅을 맡고 있다.
얼마 전부터 황 대표는 사내 복지 배달 서비스 ‘달램’을 운영 중인 헤셋드릿지의 인사·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임직원들의 웰니스(신체적·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가 업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구글본사에서 일할 당시 이 같은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달램은 직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사내 복지 서비스를 제공 한다. 회사로 찾아가는 피트니스, 교정 테라피 서비스를 비롯해 전문 심리상담사들이 온라인으로 직원들의 정신적 고충을 들어주고 상담해 준다.
“2010년 구글 본사에서 일할 무렵 구글과 페이스북은 인재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이 때 구글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결과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죠. 회사에 만족하고 행복할 줄 알았던 구글러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던 거예요. 그래서 전사 목표가 모든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자에 방점이 찍혔어요.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져주자고 해서 회사 내 병원을 촘촘히 만들고, 명상 서비스나 심리 상담 프로그램들을 도입했고, 이는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산이 됐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로 연말연시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실비보험, 또는 문화활동비 등을 지급해 왔다. 반면 직원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복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많이 올라오면서 이 같은 직원들의 행복도를 끌어올려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복지로 똑같이 100만원을 쓰더라도 이제는 직원들의 행복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달램이 여러 기업으로부터 선택을 받고 있는 이유다. 신재욱 헤셋드릿지 대표에 따르면 달램 고객사들로부터 받는 피드백은 “회사가 비용 절감을 하더라도 달램 서비스 복지 만큼은 유지해 달라”는 말이라고.
“달램 서비스는 퇴근 후 힐링이 아닌, 근무 중 힐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검증된 전문가들이 교정 테라피, 심리 상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최근 비용 절감을 많이들 하는데, 이것(달램)만은 줄이지 말아달라는 게 직원들의 요구사항이라 하더라고요.”
"범용적 인재 채용 방식서 벗어나 타깃팅된 인재 채용 필요"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알맞은 인재 채용과 관리다. 직무에 맞는 인재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회사의 성장에 꼭 필요한 인재를 오래 붙잡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직원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이들의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이에 황 대표는 기존 범용적 인재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타깃팅된 인재 채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용 방법들이 고도화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기업들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잘 모르고 공개채용식으로 범용적 인재를 뽑았어요. 대학과 경력 정도만을 보고 채용하다 보니 실패가 많았죠. 바다에 그물을 뿌려서 대충 건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작살 방식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와 크기, 색깔을 가진 물고기인지 정확히 찍어 작살을 던지는 것처럼 세분화된 채용을 하는 거죠.”
"권위만으로 통제하려고 해선 안 돼...공정성 원칙, 즉각적 보상 중요"
직장 내 세대 간 갈등에 대해 황 대표는 권위만으로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면 블라인드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터질 수 있는 만큼,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직원들의 어려움과 요구를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공정'과 '즉각적인 보상'의 중요성도 첨언했다.
“Z세대들은 권위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권위만으로 이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갈등이 커질 수 있죠. 이들의 속마음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경영진들은 페이스북이나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들을 참고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하게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걸러 듣거나 아예 안보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대신 공정성의 원칙을 지키고, 잘한 것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초년생, 3년 후 이력서 미리 써보길...경영진은 본질에 충실해야"
황 대표는 ‘먼 길’을 가야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도 도움의 말을 남겼다. 3년 후 이력서를 미리 써보라는 것.
“3년마다 회사를 옮기라는 뜻이 아니라, 3년 후 이력서를 미리 써보길 추천합니다. 2~3년 뒤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보라는 거예요. 3년으로 나눠서 지금의 내 모습과의 차이를 살펴보고, 그 차이를 좁혀 나가면 됩니다. 전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목적지가 어딘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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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경영자에게도 응원의 말을 했다. 어려운 때일 만큼 사업 본질에 충실하길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올해는 최근 15년 동안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유행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안쪽을 들여다 보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경영자나 인사쪽에서 패닉이 되면 안됩니다. 자금 압박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걸 특히 더 경계해야 하고요. 우리의 비즈니스를 돌아보고,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기를 추천합니다.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고 본 사업을 더욱 뾰족하게 만드는, 본질에 충실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