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무임승차·도매제공 일몰 폐지…ICT 입법 과제 한가득

534개 법안 계류 상태...업계 "과방위, ICT 법안 논의 서둘러야"

방송/통신입력 :2023/01/04 17:21    수정: 2023/01/04 17:32

지난해 국회에 쌓인 수많은 ICT 법안이 결국 해를 넘겼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부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법안들이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과방위에는 이날 기준 총 543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후반기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 등으로 인해 논의가 더뎠고, 여야 대립이 심화되면서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발의안만 쌓인 상황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내년 상반기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자칫 입법 논의의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또 과방위 내부에서는 원구성 합의에 따라 과방위원장 교체와 같이 상임위 진열 정비에 일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과방위 관계자는 "법안 심사 로드맵을 고려할 때, 상반기에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11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계류된 법안 중 업계의 숙원으로 불리는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대립하며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법안이 많다"며 "올해는 논의의 장이라도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 올해는 통과 가능할까 

현재 국회에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총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큰 틀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GCP)가 국내에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입법이 가능할 거라는 시각이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22대 민생법안' 중 하나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선정하고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정감사 전후로 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1차 공청회 이후 논의가 멈췄고, 민주당도 민생 입법과제에서 이를 제외시켰다.

과방위 의원들은 올해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해 빠르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방위 관계자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과 관련해 외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대한 갑론을박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법안을 장기적으로 미룰 수 없는 만큼, 2차 공청회와 관계 없이 법안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소송을 벌이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방위 관계자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판 결과를 보고 난 뒤 입법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일몰제, 올해는 폐지될까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망을 임대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뜰폰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2010년, 정부는 망 도매제공 의무를 3년 일몰제로 설계했다. 알뜰폰 업계에서 일몰제를 아예 폐지해달라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국회에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알뜰폰 도매제공의무 일몰제 폐지안이 계류돼 있다. 알뜰폰 업계는 빠르게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통신사는 반대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망 도매제공 일몰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속성을 가진 게 아니고 3년에 한 번씩 연장되다 보니 사업적으로 불안하다는 설명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일몰제 자체가 없어져 도매제공 의무가 꾸준히 이어져야 사업적으로도 안정되는 데 그렇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통신사는 도매제공 일몰제 폐지는 과도한 민간 규제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도매제공을 영구 의무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도매제공의무 일몰제를 폐지하는 게 사실상 영구적으로 망 도매제공을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며 "민간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단통법 개정안 두고 엇갈리는 반응

올해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법안 중에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도 있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유통망에서 지급하는 추가지원금의 상한선을 현행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중소 유통사업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가로막았다.

윤석열 정부는 단통법의 추가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규제심판제도 7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상태다. 다만 법안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논의는 더이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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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추가지원금을 30%로 상향하면 불법 지원금 양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5%의 범위가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까지 지원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측에서는 추가지원금을 상향하는 것이 중소 유통사업자의 부담을 키울 수 있으며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높인다고 해도 이를 활용해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행태는 반복될 것"이라며 "정보 취약계층이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