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성장하며 겪은 일이 나이테에 새겨지듯, 세포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을 기록해 이미지로 확인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억 형성이나 약물에 대한 반응 등 세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시간 흐름에 따라 볼 수 있게 돼 생명공학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미국 MIT 연구진은 세포가 일종의 '단백질 사슬'을 지속적으로 만들게 하고, 세포 내 활동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 기록이 저장된 단백질이 여기에 계속 추가되도록 세포를 조작했다. 후에 이 단백질 사슬에 염색을 하고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시간 순서에 따라 세포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2일(현지시간) 실렸다.
세포는 다양한 유전자나 세포 경로를 활성화하며 기능을 수행한다. 우리 몸의 장기나 신체 수준에서 이런 활동은 몇 시간 또는 몇 주에 걸쳐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세포 안 단백질이나 분자 등의 영상을 촬영하지만, 마치 스냅사진처럼 한 순간만 포착할 수 있어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를 연구하긴 어렵다. 또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세포들을 한꺼번에 관찰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단백질 조각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이를 이어붙여 세포 속 활동을 기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긴 필라멘트 모양으로 스스로 조립하는 단백질 조각을 인공적으로 만들었다. 한 종류의 단백질은 세포 안에서 계속 생성되도록 하고, 다른 종류의 단백질은 특정한 활동이 일어날 때만 생성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했다.
각 조각은 HA와 V5라는 두 가지 항원결정기 중 하나를 갖도록 했다. 항원결정기란 항원에서 항체가 결합하는 특정 부위를 말한다. 이들 항원결정기는 다른 종류의 형광 항원에 결합한다. 시간이 흐른 후 세포 조직을 뗴어내면, 염색된 색깔만 보고 특정 세포 활동이 일어난 과정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배양한 신경세포에서 새로운 기억의 저장에 관여하는 c-fos라는 유전자가 발현될 때 V5를 가진 단백질 단편이 나타나게 했다. HA를 가진 단백질 조각 사이에서 V5를 가진 단백질이 나타나는 부분을 찾으면 기억 관련 활동이 일어난 때를 알 수 있다.
이 방법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검증됐다. 특정 약물에 노출되면 단백질 사슬을 생성하도록 쥐의 뇌를 조작했다. 연구진은 후에 뇌 조직을 광학현미경으로 분석, 뇌가 약에 노출된 때를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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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1저자인 창양 링후 전 MIT 연구원은 "단백질 자가조립을 모든 세포의 활동 기록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라며 "세포 활동의 한 순간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테처럼 과거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몇일 수준인 기록 기간을 늘이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여러 종류의 단백질 조각을 동시에 적용, 기록할 수 있는 활동의 종류도 확대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