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추위가 연일 몰아치는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은 '비상'이다. 통상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겨울철이 되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주행가능거리가 최대 30% 가까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유독 혹독한 겨울철에 전기차 차주들은 "히터 틀기가 겁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29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된 전기차의 상온(25도) 대비 저온(영하 7도)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100㎞ 이상 차이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18인치)의 주행거리는 상온의 경우 544㎞지만 저온에서는 428㎞로 떨어진다. 116㎞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아이오닉5(2WD 롱레인지 19)도 상온 주행거리는 423㎞지만 저온 주행거리는 345㎞로 줄어든다. 제네시스 GV60(스탠다드 2WD 19인치)도 상온 470㎞, 저온 416㎞로 50㎞ 이상 주행거리가 차이난다. 기아 전기차 EV6(롱레인지 4WD 20인치)의 주행거리는 상온 407㎞, 저온 380㎞다.
테슬라도 기온에 따라 주행거리가 크게 차이난다. 모델3 롱레인지의 주행거리는 상온 527.9㎞, 저온 440.1㎞로 상온 대비 저온에서 90㎞ 가까이 떨어진다. 모델 Y(스탠다드 레인지)의 주행거리는 상온 348.6㎞, 저온 279.3㎞로 약 70㎞ 차이난다.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가 100㎞ 이상 차이나는 모델도 상당수다. 한국지엠의 볼트EUV 주행거리는 상온에서 403㎞지만 저온에서는 279㎞로 124㎞나 뚝 떨어진다. 폴스타의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 모터 주행거리도 상온 417㎞, 저온 288㎞로 130㎞ 가까이 차이난다. 메르세데스-벤츠 EQA250의 주행거리도 302.76㎞(상온)에서 204.205㎞(저온)로, 기온에 따라 100㎞ 가까이 줄어든다. BMW iX3 M Sport의 주행거리도 상온 356.9㎞에서 저온 255.1㎞로, 폭스바겐의 ID.4 Pro도 상온 405㎞에서 저온 28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기차의 겨울철 주행거리가 떨어지는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이다.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는 액체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기온이 떨어져 전해질이 얼면 내부 저항이 커지고 그만큼 효율도 떨어진다. 겨울철 난방 시스템도 효율 감소에 영향을 준다. 엔진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으로 히터를 구동하기 때문이다.
국산 전기차를 타고 있는 A씨는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자 주행가능거리가 확 떨어졌다"며 "장거리를 종종 뛰는데 중간중간 충전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기차 차주도 "히터 온도를 1도 올릴 때마다, 히터 바람세기를 1단씩 올릴 때마다 주행가능거리가 바로 바로 줄어든다"며 "유독 전기차가 겨울에 약하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기차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겨울철 전기차 주행가능거리가 많이 짧아지는가', '전기차는 정말 세컨드카로 이용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등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한 전기차 차주는 "겨울철에는 아무리 추워도 히터를 틀지 말고, 장갑에 두꺼운 패딩, 털모자까지 쓰고 운전해야 한다"며 "그래야 별도 충전 없이 왕복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일부 전기차의 경우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운전자가 스스로 저온시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는 홈페이지와 자동차 카탈로그 등을 통해 '동절기 시 배터리 성능 저하로 실 주행거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명시할 뿐 저온에서의 정확한 주행가능거리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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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 상당수가 제조사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를 참고해 정보를 얻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 제조사는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에 저온시 주행가능거리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도 전기차 관리체계를 개선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