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휘말렸던 가상자산, 내실 다지기 본격화

[2023 전망] 투자자 보호 법제 도입 전망…STO 등 기준 마련도 추진

컴퓨팅입력 :2022/12/28 14:01    수정: 2022/12/28 16:31

내년 가상자산 업계는 기본적인 규제 사항이 정비됨에 따라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에선 자금세탁방지 외에는 가상자산 관련 규정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관 부처마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점 때문에 올해 업계 전체가 혼란에 휩싸이는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당국에서 적시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도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 투자가 꾸준히 확대됐다. 최근 들어선 웹3가 마케팅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가상자산 용처도 늘어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제도권에 편입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에 특화된 제도들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업계 전반을 다루는 업권법과 증권성을 띈 증권형토큰(STO)에 대한 규제 등이 발표될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 가상자산 시장, 내년엔 볕 드나

지난해 호황을 맞았던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대폭락을 겪었다. 강도 높게 지속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투자자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 등 업계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

내년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보다는 투자 심리가 완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가상자산 시장을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현재 8천억 달러보다 늘어난 1조~1조5천억 달러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시장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내년엔 안정을 찾고,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가상자산 정보 공시 플랫폼 쟁글은 지난 2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주요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경기 침체로 투자자 심리가 꺾이고, 금리 인하 없이 고물가 환경이 이어질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출처=뉴스1

■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미진했던 정부·국회 입장 전환

현재 가상자산을 다루는 법으로는 지난해 9월 실시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있다. 이 법은 가상자산을 악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가상자산 업계에 필요한 규제·진흥 법제를 종합적으로 담고 있지 않아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와 국회도 이런 목소리가 타당하다고 보고 가상자산 업권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장기적 과제로서 고려됐다. 같은 시기에 미국 등 해외에서도 가상자산 입법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만큼, 미국 법제가 구체화되면 그 내용에 맞춰  가상자산 법규를 도입해 글로벌 정합성을 확보하자는 방침이었다.

이런 입장은 올해 상, 하반기에 걸쳐 가상자산 업계에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바뀌었다.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으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책으로서의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법제부터 우선 도입한 후, 향후 글로벌 규제 현황을 살펴보면서 세부 규정을 정비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가상자산 업권법 성격을 띈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돼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당초 지난 13일 해당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여야 갈등에 영향을 받아 취소됐다. 국회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일단락된 만큼, 정무위는 조만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안 도입 필요성에는 여야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 '증권' 코인 분류 명확해진다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발표하는 증권형토큰(STO)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업계 주요 관심사다.

증권형 토큰은 말 그대로 증권성을 갖고 있는 토큰을 뜻한다. 금융위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STO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시중 코인 중 STO로 해당될 경우 자본시장법을, 그렇지 않은 경우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적용해 규율하겠다는 입장이다. STO에 대한 발행, 유통 관련 규제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 STO로 분류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위가 이런 규제 방침을 일찍이 발표하면서, 거래소들이 증권성 여부를 사전에 검토해 STO로 분류될 가능성이 적은 코인을 거래 지원하고 있어서다.

증권사 다수는 STO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시점에 맞춰 준비 중인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TO에 대한 규제는 내년 3월 약식판결이 예상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코인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 간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리플이 증권성이 있는지를 두고 2년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SEC는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증권법 적용 여부 기준인 '하위 테스트'에 따라 리플이 증권에 해당됨에도 사전 등록하지 않고 이를 판매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쟁글은 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법원이 SEC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 투자계약이 문서상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투자계약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백서를 바탕으로 발행된 가상자산의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에 계약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증권에 해당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보다 많은 가상자산이 증권성 판단 여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부산시, '디지털자산 거래소' 출범 예정

부산시는 내년 말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출범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바이낸스, 후오비, 크립토닷컴, 게이트아이오 등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상장되는 코인을 해당 거래소들의 국내 서비스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거래소공개(IEO)를 통한 코인 상장 지원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19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거래소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설립과 지원 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게 된다. 자회사는 각각 커스터디, 증권형 코인 거래, 비(非)증권형 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3개 회사를 세우는 것으로 계획했다. 

관련기사

하반기에는 코인 상장 및 평가, 시장 감시, 코인 예탁과 결제를 맡는 시장관리기구 3곳을 설치한 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은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 사업을 활성화고자 착수한 사업이다. 부산은 지난 2019년 7월 특구로 지정됐지만, 지난 수 년간 특구로서 크게 존재감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러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을 공약으로 발표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사업이 전개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