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 소리 났던 임인년 물가, 계묘년은 괜찮을까

한국은행, 둔화 조짐 있지만 개선 여부 불투명…불확실성 많아

금융입력 :2022/12/20 11:53    수정: 2022/12/20 14:26

임인년 '악'소리 났던 물가 상승률이 오는 계묘년에는 진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부터 국내외 경기의 하방 압력을 예상하며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원유와 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개선 속도는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소비자물가 지수, 일시적으로 개선됐으나 불확실성 여전

20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에는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다소 진정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했던 국제유가와 지난 여름 집중호우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던 농산물 가격이 상당폭 하락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류 가격은 6월 중 전년 동월 대비 40% 가까이 상승했지만 11월에는 5.6% 상승에 그쳤다. 농산물 가격 역시 여름철 집중호우 영향으로 10% 가까이 상승했지만 11월에는 오히려 2% 떨어졌다.

이 총재는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초 2%대 중반에서 지난달 4%대 초중반 수준으로 확대되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기대치인 인플레이션도 연초 2% 중반에서 7월 중 4%대 중후반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다소 낮아진 수준으로 횡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5% 내외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며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0%대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향후 경기와 노동시장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며 “여러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올해 일곱 번 인상한 '기준금리', 언제 내리나?

한국은행이 올해 급격히 끌어올린 기준금리를 언제 내릴지에 대해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1%였던 기준금리는 한해 동안 꾸준히 올라 현재 3.25%가 됐다. 고금리와 소비자물가 상승이 겹치며 가계부채 부담이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은행 측은 “아직 금리인하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글로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 수준을 큰 폭 상회했다”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국민들께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통화정책 대응이 없었다면 향후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12월 FOMC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분명한 건 아직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에서 나타나는 장단기금리 역전 폭 심화를 경기침체로 단정짓기 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의 실시간 급변화 등으로 경기전망에 예측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오는 계묘년, 정부는 재정적자를 감안하는 긴축 모습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상한선을 3.5%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앞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의 다수가 기준금리 적정선 의견을 3.5%로 제시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는 당국의 정식 입장이 아닐 뿐더러 대외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필요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강조했다. 디레버리징이란 레버리징의 반댓말로 부채 감소를 의미한다. 디레버리징의 예시로 기업은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 비율을 줄이고 은행은 대출을 축소 및 회수하려는 노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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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는 “현재 가계부채는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며 “주택금융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체적인 고정금리, 선분양 및 후분양 제도 모든 것이 관련됐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급격한 디레버리징은 경기침체 시기에 역효과를 야기하기 떄문에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