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헤디트]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스타를 3D로 만났다

동양의 진주 최승희 춤이 아트&테크로놀로지로 부활

전문가 칼럼입력 :2022/12/19 16:12    수정: 2022/12/19 16:45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Ph.D.)

코로나19의 유산으로 많은 실감미디어 콘텐츠가 탄생했다. 가상 공간을 무대로 연출한 실감형 디지털 공연이다. 무용예술에서 춤과 카메라로 만드는 댄스필름 방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기에 모션캡쳐, 3D(아바타‧배경), 애니메이션을 더한 아트&테크놀로지 콘텐츠가 얼마 전 공개됐다.

융복합 콘텐츠 디렉터이자 미디어 퍼포먼스 연출가로 활동하는 안지형 무용학박사(세컨드윈드 스테이지 예술감독)의 댄스필름이다. 세컨드윈드스테이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2 예술-데이터 매칭 지원사업 창‧제작 결실로 발표한 'Go beyond-동양의 진주'다.

안지형 무용학박사(세컨드윈드 스테이지 예술감독)

세컨드윈드스테이지는 예술-기술 융합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창작하는 융복합 예술단체로 유니티 엔진을 비롯한 실감미디어 기술을 활용, 한국의 사계에 어울리는 춤을 댄스필름으로 무용예술의 가상공간과 3D캐릭터를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우리나라의 첫 한류스타라 불리는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작품 중 ‘세레나데’와 ‘보살춤’을 아트&테크놀로지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2020~2021년 온라인 예술활동 지원사업 추진에 이어 2022년 예술데이터 매칭 사업으로 진행한 것으로 모션캡쳐 촬영과 3D 캐릭터 개발을 통해 역사 속의 무용가 ‘최승희의 춤’을 디지털로 부활하도록 했다.

3D로 구현한 보살춤.

신무용의 기틀을 다졌던 최승희의 춤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펼쳐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융복합 무용예술인인 최승희를 3D캐릭터로 창조하여 모션캡쳐, 3D 공간, VFX 효과, XR 콘텐츠 제작을 통해 동시대 실감미디어 퍼포먼스를 온라인 관객에게 서비스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번 댄스필름은 예술사적으로 존재가 큰 무용가 최승희의 춤을 3D 모델링하여 캐릭터를 재현했으며 2021년 선보인 최승희의 ‘보살춤’에 이어 2022년에는 최승희 캐릭터의 보완과 텍스처 수정, 최승희의 독무로 최초의 모던 댄스인 ‘세레나데’의 무용 의상과 머리 스타일을 제작하여 문화데이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용예술이 다양한 공연방식으로 동시대와 소통하는 방법론의 결과물로 예술가 최승희의 춤을 애니메이션 댄스필름으로 창‧제작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다.

최승희의 세레나데 춤이 디지털로 부활했다.

동양의 진주 애니메이션 댄스필름 제작은 2개의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 1은 <세레나데: 동양의 진주, 그 사랑의 궤적>(3분 30초)이다. 음악과 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천부적인 자질을 바탕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무대에서의 강렬한 눈빛과 몸동작으로 구성된 최승희의 ‘세레나데’ 춤을 동시대의 춤으로 재창조했다. 

작품 2는 <보살춤: 숨, 경이로운 진실이 되어>(3분 13초)다. 움직임 선이 환상적이며 조형적인 여성의 미를 연기와 춤사위로 유럽 무대에서 극찬받았던 ‘보살춤’을 테크놀로지로 되살렸다.

이 댄스필름 완성을 위해 프리 프로덕션부터 메인 프로덕션, 후반작업까지 지난 5개월간 세컨드윈드 스테이지의 여러 스태프가 힘을 합쳤다. 퍼포머로 한소희가 출연하고 안무‧연출은 안지형이 맡았다. 영상감독 황찬용, 음악감독 황하운, 데이터매칭지원 스페이스엘비스, 영상제작지원 아크필름이 제작에 참여했다.

모션캡쳐 촬영을 위해 마커를 부착한 퍼포머를 점검하는 안지형 예술감독

세컨드윈드스테이지의 제작과정에 따르면 프리 프로덕션으로 최승희의 춤 ‘세레나데’와 ‘보살춤’의 리서치를 통해 동작을 분석하고 음악을 작‧편곡했다. 이후 춤 원형을 토대로 동시대성을 담은 최승희의 춤(세레나데, 보살춤)으로 구현하기 위해 안무를 재구성했다. 본격적인 메인 프로덕션에서는 모션캡쳐 스튜디오 촬영과 보정 작업을 진행했다. 

최승희 3D 아바타 수정 보완과 텍스쳐링을 거쳐 의상과 머리 스타일을 만들었다. 후반작업은 생성된 최승희 아바타에 움직임을 부여하고 페이셜(안면) 기본 리깅과 의상 시뮬레이션을 거쳐 FBX 언리얼 프로젝트 파일을 산출했다. 

이후 작품과 어우러지는 3D 배경 구성, 언리얼 프로그램을 활용한 카메라 연출을 디테일 작업을 거쳐 애니메이션 댄스필름 작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한다.

안지형 예술감독은 “매년 더 발전적인 퀄리티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기업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모션캡쳐, 3D 캐릭터, 3D 배경, 애니메이션 등의 기술지원이 필요했다”며 “예술데이터매칭 사업의 참여기업 스페이스엘비스의 데이터 서비스 설명서를 보면서 공연예술 관련 미디어 창작 활동의 가능성을 봤다. 2020~2021년에 추진한 결과물을 업그레이드하여 무용예술의 확장을 위해 본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소회를 말했다.

댄스필름을 선보인 세컨드윈드 스테이지는 하이브리드 퍼포밍 아츠그룹이다. 춤을 기반으로 하되 장르의 해체와 새로운 융합을 모토로 2016년에 창단했다. 새로운 활력이라는 뜻을 품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 창작을 목표로 독창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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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진주 최승희의 작품 ‘보살춤’, ‘세레나데’가 디지털 공간에 재창조됐다. 작금의 위로와 희망이 되는 실감미디어 콘텐츠로 다가온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디지털 미디어 문화예술 향유 서비스로.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 스타로 융복합적 예술가인 최승희를 3D로 만났다. 그 혁신적 창작 활동과 도전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춤을 중심으로 기술과의 적극적 융합을 통해 동시대를 담은 소재를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계 없는 예술의 비전을 문화기술(CT)로 끊임없이 제시해 나가는 이 시대의 크리에이터들을 응원한다. 디지털 문화산업의 희망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근 헤리티지랩 디렉터‧박사(Ph.D.)

예술경영학박사(Ph.D.). ICT 칼럼니스트이자 Media-Art 디렉터로 헤리티지랩 소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이사를 겸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좋은빛위원, 세종특별자치시 경관위원, 제5차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 프로그램디렉터 등을 지냈다. 현재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위원, 천안시 도시계획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5월부터 ZDNET Korea의 칼럼니스트로 오피니언 ‘이창근의 헤디트’를 연재한다.
* 헤디트(HEDIT): 헤리티지(Heritage)+디지털(Digital)+아트(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