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 D-3년...재계 "채찍보단 당근 필요"

경제계 "ESG 경영 잘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필요해" 주장

디지털경제입력 :2022/12/19 17:10    수정: 2022/12/19 17:13

재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재계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채찍)를 앞두고 기업의 ESG 경영 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당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자산이 2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2025년부터 ESG 공시를 해야 한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의 80~90%는 ESG위원회 설치를 완료했다. 기업들은 ESG위원회를 통해 ESG 경영 전략과 계획을 논의한다. 

ESG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전경련은 2021년 K-ESG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며 기업의 ESG 활동을 지원 중이다. K-ESG 얼라이언스는 대기업에 집중된 ESG 경영 열풍에 중견·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립한 기구다.

대한상공회의소도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주요 그룹 경영진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영 포럼을 열고, 중소·중견기업 ESG 실무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ESG 경영 활동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재계는 ESG 공시 의무화에 대응하면서도 세부 공시 기준과 관련해서는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SG 경영활동을 위한 다양한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대한 요구도 이어진다.

■ '스코프3'가 뭐길래 기업들 긴장하나

내년 2023년엔 글로벌 ESG 공시 최종 기준이 완성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운다. '스코프3' 공개 여부 때문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3월 발표한 ESG 공시기준 초안에는 협력업체와 물류 등 기업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인 스코프3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스코프3는 탄소배출 측정 범위에 중소·중견협력업체까지 포함하는 것인데, 국내 기업들은 스코프3까지 의무에 포함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금융위는 국내 ESG 공시기준 마련을 위해 회계기준원 내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설립해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경제계는 정부에 공시 기준과 관련한 기업들의 우려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ESG포털 화면 (사진=KRX 포털 홈페이지 캡쳐)

대한상의 관계자는 "ESG 공시 의무화 취지는 이해하지만, 스코프3를 단기간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ESG 공시 의무화와 별개로, ESG 경영활동을 잘 하는 기업에는 세무조사 유예 등과 같은 베네핏(혜택)을 제공하는 등 처벌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ESG 활동 관련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필요성을 자주 언급해왔다. 그는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행사에서 관련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과 관련해 "일률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해 규제하면 기업은 비용을 따져서 규제 수준까지만 지키려고 할 것"이라며 "반면 저탄소 기술이나 제품을 통해 사회 전체의 탄소 감축에 기여할 경우 이를 측정하고 성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감축 성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새 정부에도 ESG 경영 안착을 통한 혁신성장을 위해 세제 및 제도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 글로벌 경기침체로 ESG 투자 위축 우려도

기업들은 지난해만해도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된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였다. 전경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K기업 ESG 백서’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발표한 환경 분야의 ESG 투자계획은 153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급격한 경기침체로 ESG 관련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지난해만큼 ESG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적어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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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관계자도 "경기 침체라해도 내년에 독일에서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되는 등 글로벌 ESG 규제로 해외 거래소에서 공시를 요구하면 기업들은 안 할 수가 없다"며 "우리나라도 정부와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많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대응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시행되는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 공급망과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적용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공급사에 직접 방문해 ESG 위반 여부 등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EU 역시 내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